美中日 GDP 대비 60~70% vs 韓 90%대
한국은행 총재 “가계빚 GDP 80%선이 적정”
尹정부 들어 가계빚 낮아진건 경기악화 때문
주택담보대출은 年5%씩 늘어 부동산 양극화
尹 대통령 “집권 후반기엔 양극화 해소 초점”
가계 빚,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면 해결돼
아파트 가격 연착륙·증시 부양 등 병행해야

내수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상승했는데 소득은 그만큼 오르지 못하고, 여기에 더해 가계 빚은 2000조원을 훌쩍 넘어버려서 이자 갚는 데에도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죠.
내수 상황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지수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안 되니 자영업자들은 빚을 못 갚고 있습니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회생법원 개인회생사건 접수 건수는 12만1017건으로 전년(8만9966건) 대비 34.51% 늘었습니다.
고환율·고물가가 이어지다 보니 ‘내수는 점점 안 좋아지고 일부 수출 대기업 종사자만 살아남는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내수를 대표하는 유통기업(신세계 롯데 등)선 계열사 희망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양극화는 점차 심화하고 있죠.
이 상황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 연재 기사에선 가계부채를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해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스위스(126%), 호주(108.9%), 캐나다(101.2%)에 이어서 4위였습니다.
영국(78.1%) 미국(71.8%) 중국(63.7%) 일본(63.0%) 등 상당수 나라들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60~70%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적정선이 어느 정도냐는 질의에 대해 “통상 80% 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현재 가계부채로 인해서 너무 소비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죠.
실제로 기준금리를 0.25% 하락시키면, 가계·기업이 연간 이자부담액이 약 6조원이 감소합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이 약 64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자부담 감소분이 내수소비로만 이어져도, 1% 성장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물가상승률·환율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상황서 가계부채만 계속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수소비보다는 은행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줄고 기업실적이 안 좋아져서 소득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당초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만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단기 부양정책보다는, 가계부채를 적정선(GDP 대비 80%)까지 줄여나가서, 국민들의 이자부담액을 줄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의 의미를 따져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국제통계가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통계를 근거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명목 GDP는 2401조원, 자금순환표상 개인부채는 2247조원입니다. 이 때문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6%로 표기됐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98.7%서 2023년 93.6%로 낮아졌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문재인 정부 때 7~8%대 상승한 데 비해, 윤석열 정부는 5%대 성장으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기타대출(신용대출, 비주택 담보, 학자금 대출)은 이번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연평균 4%대씩 감소했습니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악화하다 보니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추가로 빚내기 꺼려졌기 때문이죠.
즉, 이번 윤석열 정부 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갔는데 그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은 연 5%대 증가로 막고, 기타대출은 경기악화로 인해 연 4%씩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고금리지속, 구조조정지연에 내수위기가 증폭되며 부동산 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24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에 아파트가 즐비하다. 2024.11.24 [이승환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1/07/news-p.v1.20241124.e03b50ce829f48519a539c178268afe1_P1.jpg)
하지만 이는 양극화 심화로 나타났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지역으로 쏠리면서 강남 집값만 2021년 전고점을 돌파하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국내 가계의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쏠려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죠.
반면 기타대출과 연관된 것은 대부분 소비(신용대출)·미래에 대한 투자(학자금 대출) 등과 관련이 있는데 이 부분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악화했음을 의미합니다. 자영업자 파산이 역대급인 것이 대표적인 예죠.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新중산층 시대를 열겠다”라며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남 아파트를 가진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인하만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서, ‘따뜻한 경제’를 표방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두툼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죠.
부자 내각으로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집권 2년 차 때 서민정책을 표방하며 ‘반값 등록금’을 내건 것과 비슷한 궤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야 할까요?
지난해 명목 GDP는 2401조원입니다. 2030년까지 ‘물가 상승률 2% + 실질 성장률 2%’를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 명목 GDP는 3159조원이 됩니다. (물론 이 또한 달성하기 어려운 공격적인 목표치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2025년과 2026년 성장률이 1% 후반에 불과할 것이라 전망했죠)
이 상황에서 1092조원(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증가율을 물가상승률 증가치(2%)만큼만 반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즉 연평균 2%만 상승시키는 것이죠.
기타대출과 판매신용(할부)도 연 2%만 상승시킨다고 가정해보죠.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92조원서 2030년 1230조원까지 상승합니다. 기타대출과 판매신용 역시 그간 상승합니다.
다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명목 GDP가 연평균 4%씩 상승할 때 가계부채가 2%만 상승했기 때문에 떨어지게 됩니다.

위의 계산법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2025년 88.9%로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진 뒤, 2030년엔 80.6%가 됩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했던 적정선으로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여기서 핵심은 앞으로 6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율을 ‘물가 상승률’ 정도로만 제한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실질 성장률만큼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 말은 다시 뒤집어보면, 이번 윤석열 정부부터 고위 관료들이 매번 언급해왔던 ‘주택시장 연착륙’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가장 집값이 뜨겁게 올랐던 2019~2020년엔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이 1년에 무려 약 100조원에 달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이 증가했다는 것은, LTV 40~60% 규제를 감안하면, 그만큼 100조원에 달하는 국민 돈이 주택시장에 추가로 더 들어갔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통계로 봐도 연간 200조~300조원대 자금이 투입될 경우, 주택시장은 ‘대호황기’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물가상승률(연 2%)만큼만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증가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은 약 20조~25조원이 됩니다. 이 돈만으론 주택시장 가격을 끌어올리기 애매합니다. 따라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연착륙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죠.
명목GDP 성장률(실질 GDP+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번 글의 논조입니다.
실제로 보면, 지난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엔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명목GDP 성장률을 상회하곤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말 때 부동산 살리기에 나설 땐, 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12~14%(2014~2015년)에 달했습니다. 당시 명목GDP 성장률이 3.6~4.2%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에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간 것이죠.
문재인 정부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점이 바로 2020년 코로나 시기입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8.2%에 달했습니다. 2020년 물가상승률 0.5%, GDP성장률 -0.7%이라는 침체 상황에서도, 주담대는 폭증한 것입니다. 이는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주담대 증가율은 항상 명목GDP 성장률을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정부부터는 주담대 증가율이 명목GDP 성장률 안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허리띠를 쪼인다면?
주담대를 늘리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론 성장률이 정체될 순 있으나, 향후 이자부담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나면서 내수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중국도 2018년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조이기를 통해 장기 내수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피하지 못하면 부실을 더 키우지 않고 한 번쯤은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란 이야기죠.
그래서 정부는 대안으로 증시정책, 즉 기업 밸류업 정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스피·코스닥은 최근 1년 새 주요국 증시 중에 가장 많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창업주 일가가 속한 대주주 일가가 주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죠. 국내 많은 가계가 미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적용돼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이 점차 확산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증시가 당장 신뢰를 회복하고 우상향할 거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창업주 일가의 인식 전환과 좀비기업의 상장폐지, 그리고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우상향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육성 등이 필요합니다. IB(투자은행)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인식이 전환되고 개인과 기관 투자행태가 바뀔 때 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바뀌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오늘의 연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계부채가 2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오르지 못하면서 내수 소비가 침체하고 있습니다.
2. 이번 정부는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를 살리려고 했지만, 임시 봉합책일 뿐입니다. 구조적으로 봤을 때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한 것처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80%’대로 가야지,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3. GDP 대비 80%를 만들기 위해선, 앞으로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연 2%대(물가 상승률 정도)로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6년을 버티면 2030년엔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4. 하지만 이를 위해선 주택시장에 들어가는 대출금이 호황기(2019~2020년 연간 약 100조원) 대비해서 4분의 1로 (연간 약 20조~25조원)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을 통한 자산가치 상승은 힘들어지고, 부동산 연착륙을 감수해야 합니다.
5. 그래서 정부는 ‘부채를 통한 부동산 주도 상승’을 했다면, 앞으로는 ‘가계 주식 투자를 통한 가계자산 증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6. 하지만 코스피·코스닥은 소액 투자자의 신뢰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부동산 → 증시’로 가계 부(富)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선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