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미끄러운 빙질에
넘어지는 선수 속출 비상
좁은 경기장도 사고 위험

‘얼음을 지배하면 금메달이 보인다.’
빙상 종목에서 단순한 진리지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더욱 강조되는 말이다.
7일부터 시작될 대회 예선을 코앞에 둔 한국 빙상대표팀에 하얼빈 트랙 ‘얼음 주의보’가 떨어졌다. 지난 3일부터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훈련을 진행한 한국 쇼트트랙대표팀은 경기 전략을 점검하면서 트랙 빙질 적응에도 힘썼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얼음판이 깨지는 등 빙질 문제로 경기 중 곤욕을 치렀던 대표팀으로서는 하얼빈의 빙질에도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걱정한대로 선수들 중 일부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남자대표팀의 김건우는 4일과 5일 훈련에서 연거푸 넘어졌다. 특히 5일에는 보호 펜스가 넘어갈 만큼 심하게 넘어져 대표팀 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또 여자대표팀의 노도희, 김건희도 훈련 레이스 도중 미끄러지는 일을 겪었다. 선수들이 연이어 넘어지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훈련 막판 선수들에게 ‘조심히’ ‘안전하게’라는 구령을 내렸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릴 빙상훈련센터 아이스링크는 중국 쇼트트랙대표팀의 훈련 베이스캠프로 활용됐지만 아직 굵직한 국제 대회를 치른 경험은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다른 국제대회 아이스링크보다 상대적으로 좁고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팀 주장 이정수는 “훈련 전 정빙기가 매우 빠르게 얼음을 밀더라. 잘 관리해야 하는데, 엉성하게 관리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링크를 얼린 규모 역시 국제규격(가로 60m, 세로 30m)에 딱 맞춰 상대적으로 여유 공간도 적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각 국 선수단의 지적에 조직위 측에서 공간을 조금 넓혔다고 하는데, 손바닥 한 뼘 수준 밖에 안 되더라”고 귀띔했다. 아웃코스 추월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 쇼트트랙 팀 입장에서는 개막 직전까지 전략 수립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정수는 “어차피 조건은 다 똑같다. 다양한 기술력을 가진 우리가 좀 더 유리할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8일부터 대회 일정을 시작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들도 트랙 빙질 적응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소화했다. 쇼트트랙 경기장 인근에 조성돼있는 스피드스케이팅 링크는 그나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대회마다 빙질이 다른 만큼 선수들은 각자 경기 스타일에 맞춰 얼음 상태를 점검했다.
김민선, 김준호 등 단거리 선수들은 직선, 곡선 주로에서 스퍼트 훈련을 연일 소화했다. 반면 이승훈, 정재원 등 장거리 전문 선수들은 아웃코스를 돌면서 컨디션을 체크했다. 김민선은 “시설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빙질 적응을 완벽하게 마치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하얼빈 김지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