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코르다 2타차 따돌려
지난해 10월 새 퍼터로 교체후
매일 3시간씩 거리별 집중 훈련
홀당 평균 퍼트수 1.55개 기록
“축하 파티 연말로 미루고 연습”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이었던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3년 11개월이 걸렸던 김아림. 세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는데는 3개월이면 충분했다. 그린 위에서 ‘요술 방망이’를 사용한 그는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나흘간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아림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단독 2위 넬리 코르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4억 4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첫날부터 7언더파를 몰아쳤던 김아림은 둘째날과 셋째날 각각 3타와 5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단독 2위에 3타 앞선 채 이날 경기를 시작한 김아림은 3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4번홀과 5번홀에서 2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꾼 그는 9번홀과 11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줄이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12번홀에서 두 번째 보기를 범하며 코르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마무리는 완벽했다. 김아림은 나머지 홀에서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아림은 “코르다가 추격해왔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 경기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후반 막판 중요한 버디 퍼트가 들어갔고 2025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아림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퍼트다. 최종일 18번홀 버디를 포함해 중요한 순간마다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퍼트를 쏙쏙 집어넣은 그는 LPGA 투어 통산 3승을 달성했다. 김아림이 이번 대회 기간 기록한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55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6년부터 활약하던 김아림이 L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은 건 2021년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열렸던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그는 꿈의 무대인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두 번째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선두권에서 우승 경쟁을 펼칠 때는 많았지만 최종일 퍼트 난조로 동료들이 우승하는 장면을 3년 넘게 바라만 봐야 했다. 퍼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김아림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골프 인생을 바꾼 퍼터인 랩골프 MEZZ 1을 만났다.
적응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새 퍼터와의 궁합은 좋았다.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를 지도하는 최종환 퍼팅아카데미 원장은 “퍼트 스트로크에서 클럽 페이스 로테이션이 많은 김아림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로 토크 기술이 적용된 랩퍼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헤드에 토크가 없는 만큼 퍼트 스트로크 내내 클럽 페이스가 목표 지점을 향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방향성과 일관성이 크게 향상돼 김아림의 퍼트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1타에 우승자가 결정돼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을 대비한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도 엄청난 효과를 봤다. 최 원장은 “김아림은 어떤 상황에서도 똑같은 퍼트 스트로크를 할 수 있도록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집중해서 훈련했다. 2주간 매일 3시간씩 30cm로 시작해 5m가 넘는 거리까지 수백개의 공을 굴렸다. 이 훈련으로 인해 김아림은 우승 경쟁을 펼치는 최종일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우승 축하 파티를 오는 12월까지 미룬다고 밝혔다. 이제 2025시즌 일정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은 골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개막전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2주전부터 연마하고 있는 130야드 이내의 페이드 샷 완성도를 높이고 남은 시즌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곧바로 연습해야 한다. 올해 좋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가보겠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메디힐 모자를 쓰고 활약하게 된 김아림은 메인 스폰서에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믿고 후원해준 권오섭 메디힐 회장님께 정말 감사하다.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코르다는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하며 단독 2위에 자리했다.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린 그랜트(스웨덴)는 3위에 이름을 올렸고 고진영과 이민지(호주)는 14언더파 274타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김효주는 8언더파 280타 공동 10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