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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식혀주고 미세먼지 차단 … 기후위기 해결사 '도시숲'

조한필 기자
입력 : 
2024-12-10 16:44:51
수정 : 
2024-12-11 14: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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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올 도시숲 211곳 확대
3년내 축구장 8만개 규모 목표
직사광선 막고 더운 열기 식혀
여름 한낮 기온 3~7℃ 낮춰줘
인근 주민 우울증 완화 효과도
경북 포항시 포항 철길숲.  산림청
경북 포항시 포항 철길숲. 산림청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9월 '도시숲(생활형 도시림)이 도심보다 낮과 밤 모두 폭염 일수가 20~29.4% 적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PLOS One'에 게재됐다.

숲은 뜨거운 직사광선을 가려주는 그늘 효과, 나뭇잎에서 수증기를 뿜어내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 등이 있어 무더운 여름에 도심보다 기온이 낮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실제 도시숲이 온도 상승을 크게 억제해 도시숲에 가까울수록 폭염(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한낮에 도시숲과 도심의 폭염 일수를 측정한 결과 숲은 2일, 도심은 10일로 숲의 폭염 일수가 도심에 비해 20% 낮았다. 또 야간에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일수를 분석한 결과 숲은 최대 5일, 도심은 17일로 숲의 열대야 일수가 도심 대비 약 29.4% 낮았다.

박찬열 산림과학원 생활권도시숲연구센터장은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35도를 오르내리는 역대급 폭염으로, 특히 서울에서는 기상 관측 118년 이래 가장 긴 열대야(34일)를 기록했다"면서 "밤낮으로 폭염을 이기는 숲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명은 도시숲이 국가 차원에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도시숲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와 잦아지는 기상이변 등으로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도시숲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도시숲이 주는 효용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심에 있는 숲은 대기 중 미세먼지 등 오염 물질을 저감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다. 10년생 나무로 이뤄진 숲 1㏊(1만㎡)는 연간 6.9t의 이산화탄소와 168㎏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일례로 서울 동대문구 홍릉숲은 주변 도심 지역보다 미세먼지(PM10)는 25.6%, 초미세먼지(PM2.5)는 40.9% 낮다고 한다.

또 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끌어내린다. 습도는 9~23% 상승시켜 여름철 천연 에어컨 역할을 너끈히 해낸다. 도시숲은 우울증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숲에서 15분간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가 15.8% 낮아지고 혈압도 2.1% 떨어진다고 한다.

금시훈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우리 주변에 숲이 많아지면 미세먼지 저감, 기후 조절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도시민에게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2003년 3월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국유지를 활용해 도시숲을 전국 곳곳에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축구장 7928개 크기의 도시숲 5618곳(6541㏊)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는 예산 1248억원을 투입해 총 183㏊에 달하는 211곳을 추가로 만들고 있다.

실제 미세먼지 등의 생활권 유입·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기후대응 도시숲은 지난해 473곳(706㏊)으로 늘었다. 올해는 114곳 총 158㏊의 신규 도시숲을 조성하고 있다. 도시 외곽 산림에서 만들어진 맑고 찬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도시바람길숲은 전국 도시 17곳에 조성했다. 2025년까지 대전, 울산, 공주 등 19개 도시에 추가로 만들 방침이다. 학생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통학 환경을 위한 자녀안심그린숲도 2021년 50곳을 시작으로 모두 210곳을 조성했다.

이처럼 산림청은 도시숲의 다양한 효과를 더 많은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도시숲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500~600㏊를 늘리고 있다. 그 결과 국내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2007년 7.0㎡에서 2021년 11.5㎡로 6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도시숲은 여전히 전 국토의 0.5%에 불과하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15㎡)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서울시는 1인당 4.97㎡로 WHO 권고기준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뉴욕 23㎡, 런던 27㎡, 파리 13㎡와 비교하면 턱없이 비좁은 규모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2027년까지 11.48㎡인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을 15㎡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도시숲은 현재 5만3992㏊에서 7만860㏊로 늘어난다. 국제 규격 축구장으로 치면 약 8만개 크기다.

산림청은 최근 도시숲 가치를 알리기 위해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을 선정했다. 대전 한밭수목원 정원, 전북 전주시 도시바람길숲,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철길숲, 인천 남동구 만수산 무장애 도시숲 등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난 7월 개정된 도시숲법에 따라 시군구별 가로수 조성·관리가 원활해졌다"며 "도시숲과 가로수, 도심 녹지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녹지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함께 지역 특색을 살린 도시숲을 조성해 관광자원이자 주민 문화공간으로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산림자산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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