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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지금… "앱이면 다 된다"

한상헌 기자
입력 : 
2024-10-29 1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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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뱅킹 거래가 대세
데이터확보·비용절감 효과
전용상품과 서비스 경쟁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은행 창구에 직접 찾아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은행원과 한참 신분증과 서류를 주고받으며 처리하던 은행 업무 처리 시대는 지났다. 휴대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금융 거래를 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은 이제 2024년에는 '일상'이 됐다. 고객 입장에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니 좋고, 은행 입장에서도 고임금 노동력을 더 필요한 데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고객 데이터를 더 압축적으로 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을 적극적으로 제안해 다른 은행에서 끌어올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다.

모바일뱅킹 이용이 대세가 됐다는 것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모바일뱅킹 이용 건수는 2199만건이고, 금액은 17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1%, 17.6% 늘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규모 중 모바일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건수 기준으로 88.7%에 달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은행 점포를 축소하는 대신 모바일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 점포 수는 3920개로, 5년 전인 2019년(4661개)보다 741개 줄었다.

반면 앱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는 사람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2022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앱을 통해 유치한 가입자 숫자는 7777만명이었는데, 2023년 8382만명으로 늘었고, 2024년 3분기 말 기준 8874만명이 됐다. 우리나라 인구가 5175만명이라는 점, 이 중 약 90%가 성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5대 은행 앱을 최소 1개 이상 깔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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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통한 모바일뱅킹에 5대 시중은행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은행 앱에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 내 있는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의 서비스까지 모아 제공하는 경우도 꽤 된다. 이른바 '슈퍼앱' 전략이다. KB금융지주의 'KB스타뱅킹'이나 신한금융의 '슈퍼SOL', 하나금융의 '하나원큐'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그룹사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KB금융의 경우 'KB스타뱅킹' 확대에 열심이다. 11월부터는 10대 전용 앱인 '리브 넥스트' 앱도 스타뱅킹에 합쳐서 운용해 사이즈를 더 키운다. 이 앱 안에서 주식 매매, 공모주 청약, 신용·체크카드 발급은 물론 해외여행보험, 중고차 매물 조회까지 가능하게 한다. 실물 주민등록증 대신 사용이 가능한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 앱인 'SOL뱅크'에서 다소 '무거운' 금융 앱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비금융 콘텐츠를 많이 넣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신한금융이 후원하는 KBO리그 관련 콘텐츠와 이벤트 같은 것도 은행 앱에서 볼 수 있고, 아바타 등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하나원큐'는 자산 관리 중심의 종합 금융 플랫폼이다. 하나금융의 그룹사와 공공기관, 핀테크 업체와도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보유 자산을 진단하고 인공지능(AI) 투자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도 특징이다.

은행 외 포트폴리오가 아직까지 많지 않은 우리금융의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을 '뉴WON뱅킹'으로 전면 개편한다. 모임 통장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앱 이용 편의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 최근 증권사 인수 등을 통해 계열사를 늘리고 있는 만큼, 그룹 통합 서비스 제공에도 힘을 쏟는다.

NH농협은행은 특수 은행의 장점을 살려 운영하는 케이스다. NH올원뱅크에 농촌 여행 서비스 'NH오늘여행'을 출시하는 식이다. 이 서비스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체험휴양마을 추천 서비스인 '으뜸촌'과 농협중앙회의 팜스테이, NH여행의 일일체험을 한곳에서 제공한다.

'앱'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저축은행들도 앱 마케팅에 열심이다. 고금리 단기 적금을 출시하면서 이 상품 가입을 위해 앱을 설치하게 만드는 식이다. 이들 상품의 경우 금리는 높지만, 만기가 짧아 이자를 크게 받을 수는 없는 것이 단점이다. 은행은 이런 상품으로 은행 앱에 자주 접속하게 만들어 다른 상품 가입으로 유도하고 있다.

앱 전용 상품을 내놓는 곳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한달적금'은 오로지 앱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데, 출시 11일 만에 100만좌 가입을 달성했다. 연 7% 금리로 매일 3만원을 입금할 수 있는 상품이다. BNK경남은행은 금리 연 7.7%로 고객이 매일 터치해 입금할 수 있는 '터치적금'을 선보였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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