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김신혜. [사진출처 = 영상캡처]](https://pimg.mk.co.kr/news/cms/202502/03/news-p.v1.20250203.5eb84329586b4ef0ac11e1b693e82ce0_P1.png)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24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재심 판결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김신혜(47)씨의 충격적인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김씨가 심각한 망상 증세로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인터뷰에서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김 씨는 중국이 애타게 찾아온 후계자이고 러시아 황실의 주인이자 많은 왕실들의 핏줄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
한국인인 친부에게 납치를 당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진짜 동생은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 죽었고 지금은 가짜 동생만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심지어 자신이 스페셜 에이전트이고 전 세계 한 명 뿐인 에이전트로 재판 등은 모두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인 후성씨는 “누나가 망상이 심해 저를 적으로,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후성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김 씨가 “왜 나를 가둬두려고 하냐” “네가 원하는 각본으로 사람을 갖다가 세뇌하고 강요하냐” “중국 사람이랑 한국 사람을 바꿔치기 하려고 한다” 등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씨를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한 교도관은 그가 독방을 고집하면서 망상이 심해졌다고 추측했다.
이효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그알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재심을 신청하면서 희망이 커졌으나 기다림이 점점 길어지며 불안이 커졌을 것”이라며 “고립된 세상에서 혼자만의 판타지에 살았다.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25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불운한 일들을 타당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에는 그가 갑자기 가출한 일도 나왔다. 중국 대사관에 전달할 서류가 있다며 집을 나선 것이다.
결국 후성씨는 누나인 김 씨를 한 국립병원에 응급입원시키기로 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망상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바깥에 나가서 혼자 지금 다니면서 망상대로 안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아 내 망상이 잘못됐네 하고 포기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그러면 자기 방어를 하기 위해 행동을 취하게 된다. 예상할 수 없는 다른 변수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24년 옥살이를 하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풀려난 김신혜씨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3/news-p.v1.20250203.87931402c7a44aea9f5c495882143b65_P1.jpg)
앞서 김 씨는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24년간 복역하다 지난달 6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세상으로 나왔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재판장 박현수)는 6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는 2000년 3월 전남 완도 집에서 아버지 A(당시 52세)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 수면제 30알을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한 뒤 시신을 근처 버스 정류장에 버린 혐의를 받았다. 200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는 당시 수사 과정에서 “나와 여동생을 성추행한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다량의 수면제를 양주에 탔고 ‘간에 좋은 약’이라고 속여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정작 재판에서는 이를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을 듣고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진술 번복에도 1심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 이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법원은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형을 확정했다. 당시 법원과 검찰은 김 씨가 아버지 앞으로 거액의 보험을 들고 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봤다.
경찰 조사와 관련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백이라고 하는 진술서는 형사가 쓴 소설이었으며 아무리 범행을 부인해도 조서에는 담기지 않았다는 김 씨 측 주장을 전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 씨는 한 번도 범행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폭행·욕설 등 가혹행위를 하며 허위 자백을 하도록 협박했다고 한다.
김 씨의 집을 수색했던 당시 경찰은 사건과 무관한 물건도 챙겨왔는데 그중에는 배우를 꿈꾸던 그가 찍은 세미누드 사진도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이 사진을 돌려보며 조롱하는가 하면 이를 뿌리겠다고 협박까지 해 김 씨가 큰 고통을 당했다고 했다.
친부 살해 혐의로 복역 중이던 김 씨는 사건 발생 24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6일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가 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출소했다.
범행 동기, 자수 경위, 수면제 등 증거, 강압·불법 수사 여부 등이 쟁점이 됐으나 재심 재판부는 김 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히 “김 씨가 사건 당시 남동생이 범인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동생을 보호하려고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김 씨가 술에 타 먹인 수면제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공소사실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13일 항소했다. 광주지검 해남지청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심 판결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