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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왜 비행기 창문은 사각형 아니지?...승객들은 모르는, 항공기 미스터리 8가지 [여프라이즈]

신익수 기자
입력 : 
2024-05-01 08:00:00
수정 : 
2024-05-04 0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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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창문.[사진=픽사베이]
기내 창문.[사진=픽사베이]

여행의 시작과 끝, 비행기. 그 속은 그야말로 ‘호기심 천국’이다. 그래서 정리해드린다.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주는 놀라운 ‘항공기 숨은 비밀’편이다.

1. 기내에 I열과 13라인이 없다?

비행기 좌석은 ABC DEFG HJK로 돼 있다. 가만히 보면 ‘I’가 빠져 있다. 왜일까. ‘알파벳 I’가 ‘숫자 1’과 헷갈릴 수 있어서다. 일부 항공사에는 13라인도 없다. ‘13일의 금요일’ 미신처럼 숫자 13을 불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베리아 라이언 에어 에어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13라인이 아예 없다. 여기서 꿀팁하나. 만약 13라인이 있다면 오히려 그 라인을 예약하실 것. 텅 비어있을 확율이 높으니까 누워갈 수 있다.

불길한 17. MBC 화면 캡쳐.
불길한 17. MBC 화면 캡쳐.

17을 불길하게 여기는 브라질에는 17라인이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17을 로마자로 표기하면 XVII다. 글자 순서를 바꾸면 표기해 조합하면 라틴어 ‘내가 살아있었다’라는 뜻의 VIXI가 된다. 그렇다면 바꾸기 전의 XVII는 ‘나는 죽었다’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항공기에는 17라인 좌석이 없으며, 건물에는 17층이 없다. 매달 17일에는 행사나 기념일 또한 없다.

삼각형 표식.
삼각형 표식.

2. 악마의 시그널? 창문 위 ‘검은 삼각형’이 있는 좌석

영화 ‘숨바꼭질’은 아파트 대문 옆 ‘이상한 표식’을 실마리로 영화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삼각형, 네모, 심지어 숫자도 있다. 무슨 의미일까. 그야말로 미스테리다.

비행기 좌석 중에도 특이한 곳이 있다. 창가쪽 좌석. 창문 위에 검은 색 삼각형 표식이 붙어 있는 자리다. 뭐지. 은근히 기분이 나빠진다. 물론 모든 좌석이 이 표식이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삼각형이 붙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 미스테리, 풀어드린다. 이 표식, 승무원이나 기장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신경쓸 것 전혀 없다.

그렇다면 어떤 용도일까. 삼각형이 붙은 자리가 객실 내부에서 날개의 상태를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자리라는 뜻이다. 특히 겨울에는 더 중요해 진다. 날개의 제빙 상태를 살피는데 가장 좋은 곳이어서다. 날개의 제빙 상태는 안전 운항을 위해 꼭 살펴야 하는 과정이다.

더 놀라운 것 한가지. 이 자리에는 ‘이름’도 있다. 1960년대 TV 시리즈인 ‘트와일라이트 존’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상공 20만 피트의 악몽’편에 출연한 윌리엄 샤트너가 앉았던 자리에 삼각형 표시가 있었던 탓에, ‘윌리엄 샤트너 자리’라고 부른다.

창문에 뚫린 구멍.
창문에 뚫린 구멍.

3. 뭐야? 창문에 구멍이 뚫려 있다고?

이번에는 더 놀라운 것. 기내 창문을 자세히 살펴본 사람들은 안다. 창문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젠장, 바람 들어와서 위험해 지는 거 아니냐고? 안심해도 된다. 오히려 그대들의 안전을 위한 ‘과학적 장치’니까.

지금부터 기내 창문에 대해 자세히 뜯어보자. 기내 창문은 삼겹살처럼 ‘3겹’이다. 모두 세 개의 투명한 아크릴 판으로 돼 있는데, 구멍은 ‘중간 판’에만 있다. 판이 세 개인 이유도 있다. 약 1만2000m 상공의 낮은 기압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외부와 대략 1800m의 고도로 맞춰진 내부의 기압 차를 견디기 위해서다.

세 겹의 아크릴판을 그냥 겹쳐놓으면 급격한 기압 변동(기내 폭발 등) 때 깨질 위험이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압력 조절 장치다. 이게 구멍이다. 중간 판에 구멍이 있으면 구멍을 통해 공기가 흘러 여압이 중간 판에서 바깥쪽 판으로 전달된다. 비상 사태가 발생해도 바깥쪽 판만 깨지고 나머지 두 장은 온전해 진다.

놀랍게 이 구멍에도 이름이 있다. ‘브리더 홀’(breather hole)이다.

이 구멍은 김 서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비행기가 순항 고도에 안착하면 객실과 외부 사이에는 대략 70도 정도의 기온 차가 생긴다. 김이 서리거나 성에가 생기게 마련. 이때 구멍이 작용한다. 이 구멍을 통해 공극(air gap) 사이에서 공기가 순환하며 각 판 사이의 온도 차를 줄인다. 물 또는 얼음 결정이 생기는 현상을 막아주게 되는 셈이다.

모서리가 둥근 창문.[사진=픽사베이]
모서리가 둥근 창문.[사진=픽사베이]

4. 왜 기내 창문은 둥글까

여기서 또 하나 생기는 궁금증. 그렇다면 왜 기내 창문은 모서리가 둥글까. 그냥 일반 창문처럼 네모로 만들면 안되는 걸까.

정답부터 알려드린다. 네모, 안된다. 왜? 안전 때문이다.

비행기는 지상에서 대략 10km 정도 떨어진 고도에서 움직인다. 당연히 기내가 압력을 받게 되며 상승한다. 이때 창문 모서리가 강한 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압력이 강하게 집중되는 곳이 창문 끝자락의 모서리 쪽이다. 직사각형이라면 압력이 집중될 경우 바로 파손으로 이어진다. 1953년, 실제로 사격형 창문을 장착했던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한 사례가 있다. 이후 창문은 모두 둥그런 타원형 모양으로 설계돼, 적용되고 있다.

잠깐. 심화 단계. 기내 창문 재질이 유리가 아니라 아크릴인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아크릴은 유리보다 가벼우면서도 유연성이 큰 특징이 있다. 압력으로 부터 버텨내기에 용이하다.

5. 비행기 안은 왜 항상 추울까

또 하나 궁금한 것. 왜 비행기 안은 항상 추울까.

사실 항공기 안은 추운 편은 아니다. 기내 온도는 항상 22~24도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왜 춥게 느껴지는 걸까.

이유가 놀랍다. 승객들이 움직이지 않아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항공기를 타고 가다 자주 일어나 몸을 움직이면 덜 춥게 느껴진다.

왜 온도를 더 높이지 않고 24도 이하로 유지할까. 건강 때문이다.

‘ASTM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체에서 기내 압력·온도와 항공기에서 기절하는 사람 사이에 관계를 조사한 결과가 있다. 항공기에서 사람 피부는 호흡에 필요한 공기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기내 기압과 온도가 높으면 승객이 블랙아웃(기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내 온도를 적절하게 지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파란색 좌석. [사진=픽사베이]
파란색 좌석. [사진=픽사베이]

6. 기내 의자색깔이 파란색인 이유

지금부터는 색깔편. 항공기 동체는 하얀색이다. 빨강도 있고 검정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하양을 쓰는 걸까. 보기 좋으라고 그런 게 아니다. 이유가 있다. 과학적이면서 경제적인 이유다. 흰색은 햇빛을 반사시켜 발열을 최소화 한다. 당연히 태양 복사열 때문에 생길지 모르는 피해를 방지하는 데 최적인 색깔인 셈이다. 흰색 차량이 여름에 차안 기온이 검정차 보다 낮은 것을 떠올리면 된다.

그렇다면 질문 한가지 더. 항공기 의자 색깔은 왜 대부분 파란색을 쓸까. 역시나 이유가 있다. 심리적인 측면이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푸른색은 안정감과 자신감을 준다고 한다. 승객이 1만m 이상 상공을 날고 있다고 치자. 떠 있는 것 만으로도 불안한데, 터뷸런스까지 겹치면 심리적으로 불안이 증폭될 우려가 커진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푸른색을 쓴다고 한다.

트레이 고리.
트레이 고리.

7. 트레이 고리가 옷걸이처럼 생겼다고?

또 하나 궁금한 게 있다. 기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앞좌석 트레이를 고정하는 잠금쇠 모양이 옷걸이 처럼 생긴 게 있다. 이것의 용도는 뭘까. 놀랍게도 진짜 옷걸이 용도다.

사실 항공 여행 중 입고 탄 옷을 적당히 둘 때가 없으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옷뿐 아니라 이어폰이나 가방을 걸어 둬도 된다. 허핑턴포스트 US는 ‘꼭 잠금쇠가 아니더라도 따로 코트가 걸 수 있는 옷걸이가 있는 좌석도 있다’며 ‘항공사별로 항공기를 제작한 후 로크웰 콜린스 등의 인테리어 회사에 주문제작을 한다’고 설명한다.

기내식 [사진=픽사베이]
기내식 [사진=픽사베이]

8. 가장 맛있는 주스 종류는?

별 것 아니지만 궁금한 것 하나. 음료를 선택할 때다. 종류가 많다. 물, 오렌지 주스, 포도 주스에 토마토 주스까지.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이럴 때 후회 없는 선택이 있다. 바로 토마토 주스다.

독일 프라운호퍼 건축물리학연구소(IBP)가 내놓은 연구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 주스가 고도 3만2000피트(약 9600m) 상공에서 가장 절묘한 맛을 낸다는 것.

장거리 비행에서 승객이 블러디 메리 칵테일이나 얼음을 채운 토마토 주스를 가장 많이 찾는다는 항공기 승무원들 주장을 입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실험 과정도 인상적이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100명을 중거리 점보제트기에 탄 것과 같은 기내 압력인 고도 약 8000피트 상공 공기압에서 호흡하게 한다. 길이 16m인 실물 크기 에어버스 A310-200 모형인 이 시뮬레이터에서 피실험자들은 대기 중 실제 항공기에서 경험하는 것과 같은 공기압을 느낀다. 연구팀은 기내 공기압, 습도, 온도, 기체온도, 조명, 음향도 실제처럼 재현했다. 피실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음료는 단연 토마토 주스. 묘한 것은 공기압이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비교연구에서는 토마토 주스 인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기내식은 어떨까. 역시나 연구 결과가 있다. 일부 음식은 공기압이 낮아진 상황에서 더 맛있어진다는 것. 기본 기내식인 ‘닭고기 또는 생선’보다는 ‘아시아 요리’가 더 맛을 내고, 닭고기나 생선은 기내에서 상대적으로 싱겁게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신맛이나 쓴맛은 기내 공기압에 의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상식이다. 텁텁한 기내식에 신물이 난 비즈니스맨들, 그나마 나은 게 토마토 주스와 아시아 요리라는 것 꼭 알아두시길.

◆ 여프라이즈 = 서프라이즈 아닙니다. ‘여프라이즈’ 입니다. 매주 수요일을 주목해 주십시오. 매일경제신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매주 수요일 쇼킹한 여행 랭킹을 전합니다. 이름하여,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상상초월, 여행가 소식들이 총출동 합니다. 간혹 제목으로 낚시도 합니다. 과장도 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여행이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인데. 글이 마음에 드시면,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 좋아요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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