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통화서 “출마할거냐”
40년 관료 경제 전문성 강점
尹파면후 행보에 보수층 주목
시간 빠듯해 경선 참여 힘들듯
무소속 출마후 단일화 가능성
민주당 “한덕수 나오면 땡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영상 왼쪽), 조현동 주미대사와 미국 관세 조치 대응을 위한 영상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총리실]](https://pimg.mk.co.kr/news/cms/202504/11/news-p.v1.20250410.91c71bbcb53a4598926aa35d8acda68b_P1.jpg)
보수 진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6월 3일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자 보수 진영에는 패배감이 자욱했다.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받는 후보도 없었다.
그러자 시선은 국정 수습 과정에서 안정감을 보여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빠르게 쏠리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과연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히든 카드가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내부에 잠복해 있던 한덕수 차출론이 수면 위로 급부상한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보수 성향의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깜짝 지명’하는 강수를 둔 것이 첫 번째다. 보수 진영에선 한 권한대행의 결단력을 다시 보게 됐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관세전쟁의 해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출마 의사를 물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졌다. 한 권한대행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는 소식에 출마 가능성을 열었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행보가 준비된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후 3개월간 숙고를 거쳐 어떤 ‘결심’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권한대행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에 쏠릴 시선을 분산시키고 보수 진영의 열패감을 희석하는 데 이미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힘’ 있는 모습을 보이며 국정 수습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 의견은 갈린다. 이날 국민의힘 호남지역 당협위원장들이 출마 촉구 선언문을 냈고, 의원들도 연판장을 돌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국민의힘 A의원은 “그는 총리 두 번에다 주미대사를 지낸 외교·통상 전문가”라며 “호남 출신이기도 해서 확장성을 보유한 검증된 후보”라고 높이 평가했다.
중진인 B의원은 “국정 경험이 풍부한 데다 범죄 혐의와도 완전히 무관한 사람은 한덕수 총리”라면서 “이재명을 상대로 충분히 승산이 있는 카드”라고 했다. 최소 10여 명의 의원이 한 권한대행 출마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국정 책임자 위치에 있는 한 권한대행이 돌연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당내 인사를 후보로 세워 민주당과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까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주변에도 출마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다만 그가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도 아니라는 말이 계속 흘러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경선에 나오려면 이달 14~15일 후보 등록을 해야 한다. 일단 한 권한대행이 직을 버리고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사표를 냈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한 권한대행이) 뜻이 있다면 속히 들어오는 게 맞는다”고 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모습 [사진 = 대통려실사진기자단]](https://pimg.mk.co.kr/news/cms/202504/11/news-p.v1.20250410.3adbb112b80543eabac51c1ef2bd50f1_P1.jpg)
다만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보수 진영 전체로 판을 확대해 ‘국민 경선’의 기회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권한대행이 선거 30일 전인 5월 4일 이전에만 사퇴하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정해지고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박빙’ 상황을 만들지 못하면 한 권한대행이 무소속으로 등판하고, 이후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경선이 모두 끝나고 국민의힘 후보가 그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시너지를 발휘해야 집권이 용이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본다”며 “당에서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 권한대행 차출론에 민주당은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 권한대행 탄핵은) 2주면 충분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수밖에 없다”며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행태를 보여줬다. 더 이상 어떻게 용납하겠느냐”고 했다.
정 의원은 특히 “일각에는 헌법 84조 해석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아닌 재판은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보수 성향 재판관을 투입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헌재를 통한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이 등판하더라도 정치적 돌파력 부재가 금방 드러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과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그랬다는 경험적 사고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선 “3년 전에도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을 외치다가 졌다”며 새 변수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