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보류문제 해소하며
보수성향 2인 지명해 균형맞춰
보수 5·중도 2·진보 2 구도재편
韓 “사심없이 나라 위해 결정”
대선출마 “ㄷ자도 안돼” 일축
헌법 학계 ‘임명 권한’ 엇갈려
국회 청문회 없어도 강행 가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8/news-p.v1.20250408.51e0f42feca447ddac1a400431a62e1a_P1.jpeg)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하며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깜짝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의 기습 임명에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동조”라며 강력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 권한대행 결정을 높이 평가하며 ‘대선 등판론’까지 제기했다. 법조계에선 “마 후보자 임명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지만 대통령 몫 2명까지 함께 지명한 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 논란을 감수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세 차례 있기는 했다. 2017년 3월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이선애 전 재판관을, 지난해 12월에는 최상목 전 권한대행이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했다. 다만 이들은 대법원장이나 국회 지명 몫을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을 지명한 전례가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며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선애 전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8/news-p.v1.20250408.3320bb4edb344b8d89a3a46aeddb7a4c_P1.jpg)
한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퇴임하는 헌법재판관 2인의 공백에 따른 헌재의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현재 8인 체제인 헌법재판소가 18일 이후 6인으로 줄어들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 의해 사건 심리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현재 변론 절차를 준비 중인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이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헌재가 심리를 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탄핵소추 당사자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헌재뿐만 아니라 정부 기능도 같이 멈추게 되는 셈이다.
마 헌법재판관에 대해선 지난 2월 27일 헌재가 이미 불임명 상태를 ‘위헌’이라 판단하면서 위헌 상태를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진보 성향 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도 같이 지명해 ‘균형’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를 당하고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법률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윤 전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이기도 하다.
함 후보자는 2020년 11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에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왼쪽)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4/08/rcv.YNA.20250408.PYH2025040804790001300_P1.jpg)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 후보자·함 후보자에 대해 “각각 검찰과 법원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 재판관과 두 분의 합류를 통해 헌재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 없이 다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 논란에 더해 마 헌법재판관과 이 후보자 개인의 결격 사유를 따지는 목소리도 높아 한 권한대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마 헌법재판관은 과거 반체제 조직인 인민노련(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에서 활동했으며 1991년 한국노동당 창당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 법제처장은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직후 당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과 안전가옥에서 회동한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돼 내란 연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또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총리실은 이러한 논란과 관련해 필요한 검토를 거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있는지에 대해선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이므로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권한대행은 정부 내부의 추천을 거쳤고 이날 발표 전 국무위원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는 등 절차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가 윤 전 대통령의 측근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균형 있는 성향의 인사라는 게 총리실 시각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벽보를 게시한 혐의로 구속 수감돼 2008년 5·18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며 “편향된 인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학계에선 권한대행의 임명권과 관련해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헌법학자 100여 명으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과 같이 헌정질서에 중차대한 효과를 초래하는 결정은 국민의 신임을 받은 새로운 대통령이 지명하는 것이 맞는다”며 “헌법과 국민의 뜻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위헌적 재판관 임명을 즉시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 뉴스1]](https://pimg.mk.co.kr/news/cms/202504/08/rcv.NEWS1.NEWS1.20250408.2025-04-08T091752_1007223246_POLITICS_I_P1.jpg)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후보자와 함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고,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법 제6조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국회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뒤 20일이 지나면 인사청문회가 개최되지 않더라도 그다음 날부터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아도 해당 기간이 지나면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 6월 3일 조기 대선 전까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정치권에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빠르게 번지자 한 권한대행은 주위에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 권한대행은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마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총리실 관계자들에게도 ‘입조심’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게도 불출마 의사를 최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성명에서도 “사심 없이 오로지 나라를 위해 슬기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최선을 다했다”며 “제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임명이 이뤄지면 헌재 내 헌법재판관 구도는 중도·보수 7명(김형두 정정미 김복형 정형식 조한창 이완규 함상훈) 대 진보 2명(정계선 마은혁)의 구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