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오폭 여파로 실사격훈련 안해
러, 동해서 군용기로 ‘역대급’ 견제
열흘새 KADIZ 8차례나 진입 ‘뒤끝’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이 잇따른 군 관련 사고와 주변국의 군사적 견제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20일 끝났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FS연습을 통해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장병이 참여한 연합야외기동훈련도 지난해보다 3건 늘어난 51건을 펼쳐 한미동맹의 상호운용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올해 FS연습에는 작년 10월 창설된 전략사령부와 지난 2월 출범한 기동함대사령부도 참가했다. 이와 관련, 합참은 “전략사령부는 북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전략적 억제 및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며 임무 수행의 완전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러북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합사령관과 한미 공조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습을 전후해 전투기 오폭과 무인기·헬기 충돌 사고 등이 이어지는 등 군 기강 문제도 불거졌다. 훈련 시작 직전 터진 전투기 오폭 사고로 FS연습과 연계된 야외기동훈련에서는 실사격이 전면 중단되며 차질도 발생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부터 최전방 소초(GP)와 일반전초(GOP) 등 작전부대와 신병교육대의 소총 사격을 재개했다. 그러나 지·해상 공용화기와 전차·포병, 공군 사격은 단계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미군 RBS가 K1E1전차의 도하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https://pimg.mk.co.kr/news/cms/202503/20/news-p.v1.20250320.55e5dbb4e5684243b513207229519f42_P1.jpg)
군 안팎에서는 최근 일어난 사고들이 비상계엄·탄핵에 따른 군 지휘부 공백으로 인한 여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여야가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승적인 관점에서 국방부 장관을 정식 임명하고 후속 장성급 인사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FS연습 기간 중인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전개한 가운데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세 나라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연합해상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국방부는 해군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 등 2척이 이번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칼빈슨함 등 4척이 참여했고, 일본 해상자위대는 구축함인 이카즈치함을 파견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수중 위협에 대한 한미일의 억제 및 대응능력을 향상하고, 대량살상무기 해상운송에 대한 해양차단 등 해양안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3자 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이 지난 12월 세 나라가 공동으로 세운 다년간의 3자 훈련계획에 따라 정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FS연습 전 비난 담화·성명을 통해 강경대응을 예고했던 북한은 연습 시작일인 지난 10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여러 발을 서해로 쏜 것 외에는 뚜렷한 도발을 하지 않았다. 이는 한미가 전투기 오폭 사고 이후 FS연습과 연계된 실사격훈련을 전면 중단하며 연습 수위가 낮아진 것을 감안한 결과로도 해석된다.
![국방부가 초치한 주한 러시아대사관 국방무관인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대령(왼쪽)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훈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3/20/news-p.v1.20250320.2f5d1ff1a60e499b949994a27fc576b5_P1.png)
북한보다 FS연습과 한·미·일 연합훈련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러시아 측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FS연습 기간 중 군용기를 8차례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시키며 강하게 견제구를 던졌다. 러시아가 열흘 남짓한 기간에 8차례나 전투기와 폭격기, 해상초계기 등 주요 공중전력을 KADIZ에 진입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한 임의의 선으로 ‘영공’과는 개념이 다르다. 군용기들은 통상 다른나라의 ADIZ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비행 목적·계획을 알리는 것이 관례지만, 러시아는 한국이 설정한 KADIZ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군용기를 한국 영공 밖 20㎞까지 가까이 들여보내기도 했다. 공중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는 군용기 특성을 감안하면 의도적으로 이처럼 아슬아슬한 비행을 구사하며 한·미·일의 신경을 긁은 셈이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한국군 당국의 반복된 통신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러시아 측 군용기들이 KADIZ를 넘어오기 전부터 상황을 예의주시했고,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전술 조치를 취했다. 이어 국방부는 이날 오후 주한러시아 국방무관인 니콜라이 마르첸코 공군 대령을 초치해 항의했다.
군 소식통은 “러시아가 한미 FS연습과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견제하고 훈련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처럼 빈번하게 군용기를 KADIZ 안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