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싱크탱크 교류 등
트럼프 대응 외교채널 넓혀
韓기업 투자한 美12개주 전담
연맹소속 국회의원 배치 검
72년간 이어진 한미동맹이 행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넘어 ‘의회 정치’로 지평을 넓힌다. 여야는 다음달 한미의원연맹을 공식 출범하고 의회 외교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대대적인 통상·관세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한국 상황을 미국 의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27일 한미의원연맹 창립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10일 오후 2시 창립총회를 열어 공식 출범을 선언할 예정이다. 1972년 발족한 한일의원연맹(180명 소속)과 2022년에 생긴 한중의원연맹(102명)에 이어 한국 국회의원과 미국 연방의원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사단법인으로 첫걸음을 떼는 한미의원연맹은 조속히 국회 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도 한미의원연맹 출범에 힘을 보탠다. 공동회장은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는다. 간사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한미의원연맹 출범식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참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한미의원연맹에 직접 가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균형 외교를 강조했던 야당은 미국 정치 불안감을 해소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대표는 미국 측 인사들과 회동하며 미국을 추켜세운 바 있다. 지난달 22일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를 만나선 “한국이 동맹을 더욱 강화·발전시키고 자유민주진영 일원으로서 책임을 확고하게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한미의원연맹 소속 의원으로는 150명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범식에는 국회의장, 여야 대표·원내대표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과 주한미국대사도 초청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마련해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관세 전쟁에 대응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우선적으로는 대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12개 주를 연맹 회원들이 나눠서 담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뉴욕·뉴저지·텍사스·캘리포니아·조지아·인디애나·앨라배마·사우스캐롤라이나·테네시·미시간·오하이오·켄터키주 등에 투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8년간 대미 투자액은 1600억달러(약 230조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을 주별로 매칭해서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미관계와 관련된 경제단체나 싱크탱크를 모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처럼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를 달래기 위해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나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한미의원연맹은 장기적으로 미국 의회와 ‘공식’ 관계를 맺는 것이 목표다. 현재 미국 의회는 영국·캐나다·멕시코·일본·중국·러시아 6개국 의회와 교류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국회를 일곱 번째 교류 대상국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계 상·하원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앤디 김 상원의원(민주당)과 영 김 하원의원(공화당)에게도 협력을 요청했다고 한다. 추후 우 의장이 직접 미국을 찾을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관세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위임돼 있어 해결하기가 쉽진 않다”면서도 “한국 기업이 진출한 주별로는 상·하원 의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우리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의원연맹 창립은 동맹 70주년을 맞아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2023년부터 강하게 추진했다. 김 전 의장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 한미동맹 70주년 결의안 채택을 합의하고 연맹 구성에 힘을 보태달라고도 했다. 코리아코커스, 코리아스터디 등 기존 모임보다는 공식적인 연맹이 더 실질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