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등 당내 인사 총출동
대선 출정식 연상하게 하며
여권 유력 ‘잠룡’ 존재감 뽐내
吳 “대통령 권한 과감히 분산
초광역 지자체 5곳 만들어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윤재옥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서울특별시와 서울연구원 주최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한주형 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2/12/news-p.v1.20250212.2b52a79ff4f74ea9ab49a9d644798e51_P1.jpg)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 분권형 개헌을 내걸고 당내 세몰이에 본격 돌입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 안팎에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개헌에 대해 자신의 방법론인 ‘지방분권’을 꺼내 들고 국회를 찾은 것이다. 당에서는 지도부를 포함해 소속 의원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오 시장이 여권의 유력 ‘잠룡(潛龍)’이라는 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 시장은 토론회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적 위기에 처해 있고, 반드시 개헌이 이뤄져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며 “1987년 헌법체제 극복의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국가 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법·행정뿐만 아니라 세입·세출 권한까지 이양하는 과감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 시장이 밝힌 지방분권 개헌의 핵심은 초광역 지방자치단체를 만들어 서로 경쟁하는 구도다.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권역별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고 대통령에게는 외교·안보·국방 권한을 남기는 시스템이다. 수도권 역시 새롭게 만들어진 초광역 지자체와 경쟁하는 이른바 ‘5대 강소국 프로젝트’다.
지방에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면 각 광역 단체별로 인구가 490만~7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 강소국들과 인구 규모가 유사한 만큼 ‘인구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성급하다는 것이 오 시장의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도 “지방정부가 경제·산업·복지·교육·에너지·의료·문화 등의 전 분야를 주도한다면 대한민국은 5∼6개 아일랜드, 싱가포르, 네덜란드의 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방별로 특색 있게 발전 전략을 세우면 실효성 있는 국가 개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각자의 방법으로 경쟁 상태에 돌입하면 다시 한번 1980년대처럼 한국은 연 10% 수준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권한을 더 분산하는 방법은 대통령의 권한을 지자체에 과감하게 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권한을 실질적으로 지방에 넘기면 책임총리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각의 의회해산권, 의회의 내각불신임권처럼 정부와 국회가 서로 견제할 수 있는 내용도 개헌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견제라는 명분하에 전대미문의 의회 폭거로 계엄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지방소멸 문제를 포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점까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양수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토론회를 찾아 ‘오세훈표’ 개헌론에 힘을 실어줬다. 권 원내대표는 “(현행 대통령제는) 성공한 대통령이 단 한 분도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며 “사람 문제가 아닌 제도 문제라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견해”라고 했다. 친윤(윤석열)계뿐만 아니라 서범수·김소희 의원 등 친한(한동훈)계 의원들도 토론회를 찾았다.
5선 중진 김기현 의원은 인사말을 하던 중 참석자들이 오 시장 이름을 연호하자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저도 마음이 통하는 동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해 오 시장과 인사를 나눴다.
토론회 직후 취재진을 만난 오 시장은 조기 대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명태균 특검법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오 시장은 자신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한창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 결론이 난 다음에 조기 대선에 대해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찬성 입장도 거듭 밝혔다. 그는 “탄핵소추를 통해서 법의 판단 받아보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낸 바 있고, 그 입장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을 저격했다. 오 시장은 “수사가 늦어지니까 민주당이 특검을 들고나왔다”며 “빠른 수사를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개 범죄자 입에서 나온 말이 정국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두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