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심장이 쿵쾅거릴 역동성 일깨울때
윤희숙 與 여의도연구원장
사명감 부족한 엘리트 많아
쇠락의 길 걷고있는 韓 방치
사회 못 따라가는 낡은 제도
전면적 새판짜기 나설 시기
채용도 이직도 두렵지 않게
노동시장 인프라 만들어야
윤희숙 與 여의도연구원장
사명감 부족한 엘리트 많아
쇠락의 길 걷고있는 韓 방치
사회 못 따라가는 낡은 제도
전면적 새판짜기 나설 시기
채용도 이직도 두렵지 않게
노동시장 인프라 만들어야

윤희숙이 돌아왔다. 한때 보수 정당의 경제 브레인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나 의원직 사퇴와 낙선을 거치며 절치부심했다. 여당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 복귀한 그는 여전히 활기차고 당당했다. 지난 4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패배의식을 매섭게 꾸짖고는 "역동성을 살리고 새판을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장이 진단한 한국 현실은 한마디로 위기다. 가파른 내리막길에 섰지만 인식조차 못하고 있고, 위기를 타개할 계기도 당연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주제 파악이 부족하다. 현실은 굉장히 빠르게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라며 "인구 구조 변화 속도를 상쇄시킬 정도로 생산성이 올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구조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현실 파악도, 분위기 형성도 안 돼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쇼크를 언급했다. 윤 원장은 "첨단 기술에서 우리가 내려보던 중국이 어마어마한 차이로 저 위에 올라갔다는 걸 이제야 알아챈 사건"이라며 "그러면 일하는 방식에서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고쳐야 따라잡을지 고민하는 게 정상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우리는 반도체 산업의 고소득 연구개발(R&D) 직종에 주52시간 근무제 예외를 두느냐 안 두느냐를 갖고 싸우고 있다"고 한탄했다. 반도체라는 '국가 핵심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자발적 의사'로 일하겠다고 해도 국가가 막아서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윤 원장은 "딥시크를 창업한 량원펑이 하루 8시간만 일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회 엘리트들의 사명감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입법·사법·행정 분야 엘리트들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익을 추구하고 안락하게 지내는 게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나라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방치한다.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본인들의 업이자 의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우리가 불과 두 세대 만에 잘사는 나라가 된 건 어마어마한 국민적 저력"이라며 "집중력과 추진력이 있는 국민들의 에너지를 뽑아내고,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 조준한다면 분명히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빈곤국 탈출'과 '중진국 함정 탈피'라는 지난 두 차례의 도약에 이어 한 번 더 드라마틱한 상승 곡선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 코리아' 같은 비관론이나 현실 안주론에서 벗어나자는 절박한 호소다.
윤 원장은 "지금의 시대정신은 전면적인 새판 짜기"라고 했다. 노동·의료·연금·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이 새판 짜기의 시작점이란 것이다.
그는 "지금 수준과 맞지 않는 규칙은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할 때"라며 "사회 움직임은 이미 과거의 제도로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른데, 지금의 제도는 고압적이고 제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노동개혁의 핵심으로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타파를 꼽았다. 임금과 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질적 차이가 큰 두 시장의 간극을 해소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노동개혁의 목표는 사람을 채용하는 걸 사장이 겁내지 않고, 근로자는 이직을 겁내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며 "좋은 직장을 떠나도 질 좋은 재훈련과 생계 지원을 받으며 더 좋은 기회를 꿈꿀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연금개혁은 운용 역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 위주로 꾸리고, 기금운용본부를 최신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가 집적된 서울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윤 원장은 "제도의 개혁과 기풍의 쇄신이 서로를 이끌어주는 '2인3각'이 가능해지려면 리더들이 각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연 10%대 성장하는 사회가 아니다. 1~3% 성장하는 사회는 그런 사회로 잘 움직이도록 제도를 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풍 쇄신의 출발점은 사회적 역동성의 회복이다. 윤 원장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고 믿었던 1970~1980년대는 역동적인 사회였다"며 "지금은 사교육이 없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으니 경쟁을 포기한다. 이 포기하는 마음을 없애는 게 역동성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계층 이동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사회이동성 지수'를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도 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진영화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