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9/news-p.v1.20250203.49c3d36cc9a848b2b641990431e210b0_P1.jpg)
유권자 정치적 성향을 보수, 중도, 진보로 나눠볼 때,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보수 비중이 컸다. 그래서 진보는 중도를 포섭하지 않으면 집권하기 어렵다는 ‘원칙‘까지 생겼다.
한국갤럽 월별 조사(매달 약 4000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까지만 해도 보수 비중은 30% 이상이었고, 진보는 25% 수준이었다. 중도는 27%~31% 정도였다.
그런데 2017년 탄핵 정국으로 들어가면서 보수가 축소되고 진보는 비중을 키우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말에는 보수가 22%까지 줄었고 진보가 34%에 이르렀다(12%P 차이). 그러다가 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보수 비중도 점차 커지더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보수가 대개 30%를 웃돌았고, 진보는 30% 밑으로 내려갔다.
이런 흐름을 보면 여론조사 응답자 다수는 명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성향을 바꾸는 ‘한계’ 유권자들이 최대 12%가량 된다. 그리고 그 상황이란 현직 대통령,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야당에 대한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엔 정치적 성향에 또 변화가 왔다. 우위를 보이던 보수가 축소하고 진보가 확장하면서 11월에는 보수와 진보가 각각 27%씩 차지했고, 12월에는 보수 27%, 진보 32%를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1월에는 다시 급격한 변화가 왔다. 보수 비중이 34%로 대폭 높아졌고 진보는 27%로 크게 떨어졌다. 주목되는 것은 중도 유권자다. 중도는 11월에 34%였는데 12월엔 29%, 1월엔 28%로 줄었다. 12월에는 진보 쪽으로 이동하면서 줄었고, 1월에는 보수 쪽으로 이동하면서 줄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시차를 두고 중도를 흡수하면서 비중을 키운 거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2/09/news-p.v1.20250203.c3090fdf61c5456a9430f379a9bdaeac_P1.jpg)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 더없이 유리한 정치 상황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정당 지지율에선 민주당이 여당(대통령이 소속한 정당)인 국민의힘과 엎치락뒤치락이다. 이러자 야권에선 여론조사에서 ‘보수가 과표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호의적으로 보는 보수 유권자의 응답이 더 많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온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60%가량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점을 보면 과연 보수 과표집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보수 과표집이라면 여야의 정당 지지율이 비슷한 것처럼 탄핵 찬성과 반대도 막상막하로 나오지 않았을까.
계엄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중순 이뤄진 한국갤럽 조사(17~19일, 1000명 대상)에서 중도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 국민의힘 13%였다. 그런데 지난 1월 4주 차 조사(21~23일)에선 민주당 44%, 국민의힘 24%였다. 같은 기간 중도 성향 가운데 무당층은 32%에서 25%로 줄었다.
즉 최근 여야 박빙의 여론조사 결과는 보수 과표집이 아닌 민주당에 대한 중도의 평가와 그에 따른 선택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위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상훈 MBN 앵커/전 매일경제신문 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