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도 띄워…MB 아닌 DJ의 길
이재명 “경제 안정·회복·성장 시급”
민생지원금·연금개혁·반도체法 속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31/rcv.YNA.20250131.PYH2025013102050001300_P1.jpg)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본사회위원장에서 물러난다. 전통적 노선이었던 복지·분배보다는 경제성장에 힘을 싣겠다는 신호탄이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실용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기본사회위원장에서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비상계엄 이후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고 회복하는 문제를 우선순위로 규정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민주당 방향타를 돌려 잡은 셈이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간담회에서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간기업 주도 성장 △자본시장 선진화 △미래 투자로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명박정부가 내세웠던 낙수 효과가 떠오르는 발언도 내놨다. 이 대표는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민생·경제 현안을 놓고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다음달 3일에는 반도체특별법 정책 디베이트를 직접 주재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52시간 예외)를 놓고서 반도체업계와 노동계 의견을 고루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제외하면 반도체특별법도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생회복지원금과 연금개혁에서도 한발 물러서며 유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차등·선별 지급도 괜찮으며 정부·여당에서 지원금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안을 하지 못하겠다면 우리가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을 놓고서는 “국민의힘 성과로 만들어도 된다”며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하긴 했지만 합의·협상 여지가 있으며 1%포인트 차이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는 불만스럽더라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2월 안에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하자는 것이다.
방향 선회 배경으로는 중도·외연 확장이 꼽힌다. 나아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사’ 이미지를 만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경제위기 극복이 먼저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였다”며 “지금도 한국 경제가 직면한 여건이 심각하고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상황이라 이 대표가 안정적인 성장을 먼저 고민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매일경제 통화에서 “결과로 입증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도 집권 전까지는 서민 친화적 공약을 내며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해 중도 진보까지 폭을 넓혔었다”고 설명했다. 또 “여당은 반(反)이재명 외에는 내세울 게 없으니 우리가 중도·보수라는 빈 땅을 차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3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특별한 쇼크가 없는데도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어서 이 대표가 성장·발전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