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끌어올리고 정부여당 입지 회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국면에서 여당의 원내 지휘봉을 이어받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오는 30일로 취임 50일을 맞이한다. 한 달 반 남짓이지만, 계엄과 탄핵이라는 큰 산을 넘고 당을 추스르는 과정이었던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결국 가결로 끝난 2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원내 사령탑에 오른 권 원내대표는 상황에 적절한 대처와 기민한 조율로 당 지지율을 비상계엄 사태 이전을 돌려놓은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원조 친윤(윤석열)’이라는 그간의 평가로 인해 단순히 윤 대통령 옹호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하게 당을 재정비했다는 의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직을 맡자마자 한동훈 당 대표의 사퇴를 마주하게 됐다. 친한(한동훈)계와 같은 노선을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의 붕괴를 통해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떠맡게 된 것은 남다른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면서 비대위원장직까지 그가 계속 맡는 ‘원톱’체제에 대한 제안도 있었지만, 결국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추대되면서 지금의 권·권 체제가 만들어졌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권영세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있다. [김호영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news-p.v1.20241226.321a7e7f6b9e494390af14318d40d6aa_P1.jpg)
권 원내대표는 거대야당과의 협상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에 주력하고, 권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축을 통한 당 재정비에 힘쓰면서 당내 혼란은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권·권 체제가 구성되기 전인 12월 셋째 주엔 정당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1월 초로 넘어가며 오차범위내 박빙의 수준으로 정당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정부여당으로서 정체성의 혼란도 당정협의회 재가동으로 국민의힘이 국정운영의 주체임을 확실히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건 불필요한 탄핵소추안 철회와 개헌 제안도 원내대표 취임 이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지난달 18일 이 대표와 만난 권 원내대표는 “감사원장, 법무부 장관 등 14건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있는데, 헌재가 이 사건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치공세 성격이 강한 탄핵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그는 이어 “국정 수습을 위해서라도 이전에 남발한 탄핵소추 중 정치공세적 성격이 강한 것은 철회해서 헌재 부담 덜어주고 국정의 마비를 풀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기각 결정이 나면서 권 원내대표의 제안이 적절하다는 정치권의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고있다. [김호영기자]](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news-p.v1.20241218.734d4e452d2049e199bec0f3c6f3b033_P1.jpg)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또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작금의 사태로 인해 소위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맞는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1987년 헌법체제 이후 일곱번째 대통령을 맞이했는데, 제대로 잘했단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거의 없다. 이제는 국민의 의견 반영되고 협력이 가능한 제도로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점에 관해 이 대표님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내란특검법’의 공세의 고삐를 더욱더 조이자, 반대 당론만으로는 역부족이겠다고 생각한 권 원내대표가 독소조항을 제거한 ‘계엄특검법’을 내놓는 것도 그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체 안의 발의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물으면서 한때 밀려드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얘기하면서다. 그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은 오랜 친구”라면서도 “하지만 (내란·계엄) 특검법에 대해 논의를 해야만 한다. 당의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길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 당이 처한 현실, 정말 냉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담하다. 바로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오늘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뒤 10초쯤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골랐다. 이어 목이 멘 목소리로 “여러분의 마음을 안다. 얼마나 괴롭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냐”며 “저 역시 마찬가지 심정”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던 중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하며 목이 멘 듯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rcv.YNA.20250116.PYH2025011607310001300_P1.jpg)
결국 의총에선 자체 안의 발의로 의견이 모아졌다. 권 원내대표는 발의하는 날 오전 회의에서 “민주당이 거대의석을 바탕으로 위헌적이고 독소조항이 가득 담긴 특검법을 발의했고 이것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최악의 법안보다는 차악의 법안이 낫다는 생각에 따라 의원들이 동의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론발의를 하지 않는 의원들도 직접 찾아 설득하기도 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공개찬성 입장을 강조하고, 이후 당론과도 다른 의견을 표출한 김상욱 의원에게 “당론과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방송 인터뷰에서 “ 우리가 한 방향을 보고 가기가 어렵지 않느냐 하는 차원에서 권유한 것”이라며 “본인은 거부했기 때문에 그걸로 끝난 것이고 그 후에 진행 상황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로 촉발된 서부지법 폭력사태도 권 원내대표를 곤혹스럽게 한 이슈로 꼽힌다. 그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들의 이번 폭동 사태엔 사법부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국민의힘 영향도 없지 않다’는 일부 지적에 관한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하고, 일부 시위대의 그런 행동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의견을 전개해야 더 많은 시민의 공감을 얻고 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이를 뛰어넘는 증오는 대통령에게 너무 무거운 짐일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만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달 동안의 소회는 권 원내대표가 당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의 발언으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3일 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서 “정국이 매우 혼란스럽고 어렵다.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저희가 정치를 잘못한 탓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저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저희가 잘못한 것은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며 “동시에 민주당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이재명을 결사옹위하기 위한 입법권 독재 남용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잘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고, 설득을 구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1/27/rcv.YNA.20250123.PYH2025012311250001300_P1.jpg)
그는 원내대표로서의 목표에 대해선 “당 의원 108명이 단합을 해서 한 방향을 보고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한 점에서는 한 달 조금 넘었지만,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의원들과의 신체접촉도 넓히고 또 의견들을 두루 청취하면서 소통과 공감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당이 많이 안정돼서 당원들이 걱정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내대표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며 “어차피 정당이라는 건 정책 정당이다. 새로운 정책 또 시대 정신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서 국민에게 선보이는 역할을 원내대표로서 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