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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빛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시력 회복...신약 새 시대 연다”

고재원 기자
입력 : 
2025-03-19 15: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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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다이서로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과학계의 '퍼스트 무버' 도약을 위해서는 위험 감수와 도전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유전학 분야의 창시자로, 이 기술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포함한 생명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신약개발에 나서며 광유전학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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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학문’ 광유전학 퍼스트무버
칼 다이서로스 美 스탠퍼드대 교수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사진=아산사회복지재단]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사진=아산사회복지재단]

생명과학계 판도를 바꾼 ‘광유전학’ 분야를 창시한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18일 “한국 과학계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려면 위험 감수와 도전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국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란 새로운 길을 걷고, 확률이 낮아도 시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광유전학을 통해 감각, 인지, 행동의 세포적 기반을 이해하고 뇌와 행동 간 연결 원리를 밝힌 공로로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며 “김성연 서울대 교수 등 한국 연구자 80여 명을 양성했으며 한국도 수 차례 방문했다”고 말했다.

‘빛의 학문’인 광학과 유전학의 합성어인 광유전학은 빛으로 세포 속 물질을 마음대로 조작해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세포에 빛을 비추면 열렸다 닫히는 스위치를 만들어 세포 및 조직의 활성을 조절하고 관찰할 수 있다. 살아있는 세포의 기능을 훨씬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광유전학의 창시자다. 녹조류에 있는 청색광단백질 ‘채널로돕신’을 처음으로 쥐의 신경세포에 이식한 뒤 빛을 이용해 세포의 활성화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200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어 2007년 광유전학으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적색광과 같은 장파장의 빛에 반응하는 채널로돕신을 발견해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런 연구성과들로 유력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후보자로 꼽힌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빛을 활용해 세포를 제어하려는 시도는 여러 연구팀에서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팀은 성공 확률이 낮다고 포기했다”며 “우리는 확률이 낮아도 시도했고, 결국 새 과학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안될 가능성을 계산하지 말고 안돼도 해보자는 스피릿(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이 스피릿이 있어야 비로소 퍼스트무버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유전학은 생명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필요하면 조작할 수 있어 뇌 상태를 살펴보기만 하던 기존 연구방식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특히 빛으로 뇌세포 속 물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광유전학은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핵심 기술로도 부상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광유전학으로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회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40년 전 색소성 망막염 진단을 받고 앞을 전혀 볼 수 없었던 환자를 치료했다. 광유전학으로 만든 인공망막을 이식해 시력을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유전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사를 창업하고 신약개발 도전에도 나섰다. 생명공학기업 ‘맵라이트 테라퓨틱스’를 창업해 중추신경계(CNS) 질환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광유전학을 활용하면 특정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산의학 수상자에는 상금 25만달러(약3억6350만원)를 받는다. 아산의학상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의과학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2008년 제정됐다. 정주영 설립자는 “의학이라는 학문과 의술은 참으로 무한하다. 따라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 자체도 또한 한이 없다”는 의의를 밝힌 바 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아산의학상은 연구자에게 영예로운 상”이라며 “상의 취지를 기려 인류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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