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경제사절단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주요 산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측은 예상대로 한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태도를 보이며, 최소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우대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만남이 양국 간 소통에 물꼬를 튼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의 높은 벽도 다시 확인됐다. 정부는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통상 압력을 완화하고, 한미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이번 면담에서 경제사절단이 제시한 조선, 에너지, 원자력, 인공지능(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 등 6대 산업 분야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한국의 효율적인 선박 건조 능력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AI·반도체 분야에서도 새로운 AI 서비스와 기술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이 기대된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자력과 에너지 공급망 강화를 통한 협력 모델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이제 정부는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환경을 최적화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양국이 함께하는 '빅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면 더 큰 경제적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이달 초 이시바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에서 1조달러(약 1426조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 산업에서 동맹의 대(對)미 투자를 장려하는 한편, 중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대중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기업에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미국의 통상 압박에 휘둘릴 위험도 크다. 우선 이번주 예정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에서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흥의 최적 파트너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대응 전략을 통해 한미 경제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