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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전망과 과제는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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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그룹, 전망과 과제는

가성비 트렌드 계속…이제 ‘해외’로

이랜드그룹 호조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기가 장기 불황에 접어들고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이랜드가 자랑하는 ‘가성비 트렌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랜드 식품과 유통 부문은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랜드 완도 양식장 모습. (이랜드 제공)
이랜드 식품과 유통 부문은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랜드 완도 양식장 모습. (이랜드 제공)

과거 대비 부채를 대폭 줄였다는 점도 안정적인 성장 밑바탕이 된다. 이랜드는 과거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재무 리스크에 직면한 바 있다. 2013년에는 부채 비율이 400%에 육박하며 신용등급 하락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걱정을 덜었다. 지난해 기준 이랜드월드 부채 비율은 97.8%, 연결 기준으로는 170% 정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교훈 삼아, 현재 탄탄한 사업 밑바닥을 다져놨다. 기업 축소와 구조조정으로 요약되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이랜드가 하고 싶고, 또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부채 비율을 높였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는 지난해 모두 마무리됐다. 마곡 R&D센터와 중국 E-이노베이션밸리(EIV)가 대표적이다. 과거 위협 요인이였던 투자 프로젝트는, 이제 신성장동력으로 전환할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이랜드는 서울 강서 마곡R&D센터에 35만점 이상 패션 샘플을 보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 패션 연구소를 선보일 계획이다. 의류 샘플 수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 최대 규모다. 단순 디자인 보관소가 아니라 상품 기획과 트렌드 연구, 디자인 개발까지 통합 수행하는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복안이다.

중국 E-이노베이션밸리는 이랜드가 2012년 중국 정부로부터 50년 사용 조건으로 매입해 개발한 복합산업단지다. 총 35만㎡ 규모로 이랜드차이나 본사를 비롯해 스마트 자동화 물류센터, 스피드 팩토리 등이 집약된 공간이다. 판교 테크노밸리의 ‘중국·소비재 버전’이라고 보면 쉽다. 앞으로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패션·소비재 기업이 대거 입점하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당장 수익 사업은 아니지만,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중국 정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랜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확장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주로 생산기지로만 활용해온 베트남을 ‘넥스트 차이나’로 지목하며, 소비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랜드는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WHO.A.U)’를 선봉으로 지난해 11월 베트남 공식 온라인몰을 열었다. 현지 생산-현지 판매로 이어지는 ‘현지화’에도 신경 쓴다.

단, 사업 부문별 과제도 없지는 않다.

외식 부문에서는 너무 높은 애슐리퀸즈 의존도가 첫손에 꼽힌다. 현재 이랜드이츠는 총 15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전체 매출 60% 이상이 애슐리퀸즈에서 나온다. 애슐리퀸즈 성장이 정체될 경우 전체 외식 부문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설 부문도 실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랜드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임대주택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건설업 불경기로 외형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3749억원) 대비 38% 감소한 2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사 착수 자체가 줄어들었고 공사 진행 현장에서도 사업비를 청구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랜드 부활 비결인 ‘비용 효율화’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랜드는 불황 동안 수익성이 낮은 부동산과 적자 점포, 비효율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해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비용 구조 개선과 함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소비자 수요 대응, 그리고 신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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