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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높은 성과만큼 짙은 그늘 [스페셜리포트]

명순영 기자
반진욱 기자
입력 : 
2025-04-01 10:11:57
수정 : 
2025-04-01 22: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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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과만큼 짙은 그늘

1. 혁신이라더니 결국 이자 장사

예대금리차 업계 최고 수준

10년간의 높은 성과만큼 그늘도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적자가 상당하다. 간편결제 앱으로 성장한 토스는 계열사를 크게 늘렸다. 은행(토스뱅크), 증권(토스증권), 보험(토스인슈어런스), 이동통신(토스모바일) 등 계열사가 18개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은 천문학적 손실을 가져왔다. 2016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누적 1조12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8년까지만 해도 500억원 미만이었던 연간 순손실이 2021년 2000억원, 2022년엔 3000억원을 넘어섰다.

손실이 심하다 보니 혁신보다는 당장의 매출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존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이자 장사’에 집중한다는 평이다. 2025년 1월 기준 토스뱅크 예대금리차는 2.43%포인트에 달한다.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NH농협은행(1.46%)보다 1% 가까이 높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원천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 이익이 좋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토스를 비롯한 인터넷은행 설립을 인가한 배경에는 이자 장사에 집중하기보다 혁

신 상품 개발로 금융권 전체에 활력을 주라는 의도가 강했다”며 “수익 확보를 위한 예대마진이 중요하지만, 기존 은행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설립 의도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출과 수익성에 집중하는 탓에 위험한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3월에 내놨다 논란이 된 ‘포인트 지급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이벤트는 고객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기념 포인트로 1만원을 지급하고, 이후 카톡으로 이벤트 링크를 공유하면 추가 1만원을 지급한다. 이어 링크로 초대받은 대상이 대출을 실행하면 이벤트 참여 고객이 추가 1만원을 수령한다. 나열한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만 3만원을 받을 수 있다. 즉, 3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사실상 대출 권유에 가까운 상품에 소비자들은 ‘인간관계 단절 이벤트냐’ ‘이벤트 참여하면서 보증을 서야 하는 것인가’라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토스 측은 “논란이 된 이벤트는 토스 앱 내의 ‘대출받기’ 탭에서만 노출시켜 대출 수요가 있는 고객에 한정해 진행했고, 취지나 목적도 대출 권유나 가입 유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 조직 내 힘겨루기…‘사일로 현상’

뱅크 vs 증권…‘환전’ 놓고 갈등

‘비바리퍼블리카(공화당, 만세)’라는 사명에 맞지 않는 조직 내 갈등도 엿보인다. 핵심 계열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간 힘겨루기가 대표 사례다. 토스뱅크의 효자상품이 된 ‘외화통장’은 토스증권과의 협의 없이 출시됐다. ‘평생 환전 수수료 무료’는 토스증권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환전 수수료 시장은 20조원에 육박할 만큼 크고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평생 환전 무료’를 내놓으면서도 토스증권과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알려진다.

그러자 토스증권도 맞불을 놨다. 해외 주식 거래 고객이 외화를 직접 입금할 수 있는 ‘달러 송금’ 기능을 도입하면서 토스뱅크 외화통장을 배제했다. 타 은행 고객은 외화를 토스증권으로 바로 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금융 소비자가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 토스증권에 보낸 다음, 다시 외화로 환전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토스뱅크 외화통장 이용자는 이런 혜택을 볼 수 없다. 토스뱅크 외화통장에 달러를 넣어뒀다고 하더라도 토스증권으로 바로 송금하지 못한다. 토스뱅크 환전 수수료 무료 효과 역시 토스증권에서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이승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투명한 정보공개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젠 계열사 간에도 서비스 출시 전까지 협업은커녕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는 분위기가 나타난다. 조직의 공동목표나 이익보다는 자기 부서를 챙기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 나타나는 셈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초기에는 창업자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다가 덩치가 커지면서 조직 내 분란이 늘어나는 대기업병이 나타난다”며 “토스가 그 단계에 직면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토스뱅크와 토스증권 등, 이른바 ‘돈이 나오는’ 계열사 직원과 그렇지 못한 계열사 직원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생겨나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짚었다.

3. 韓 금융사가 국내 대신 나스닥?

‘허가’ 덕에 돈 벌고 과실은 해외로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에 대한 불만도 크다.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던 토스는 지난해 말 돌연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국내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도 알렸다. 나스닥 상장 주관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등 국내 기업의 미국 상장을 이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후보로 거론된다. 토스 실적이 좋아지며 흥행 가능성도 커졌다. 증권플러스비상장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12조~20조원가량이다.

토스는 글로벌 앱으로 성장하고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 증시 상장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표적인 규제 산업인 금융에서 ‘허가’라는 특혜를 얻은 회사를 미국에 상장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업이 국민 자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공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해외로 자금을 유출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주식을 살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토스의 해외 상장은 국내에서 돈을 벌고 그 과실을 해외 투자자에게 주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이 규제 산업이자 공공 영역에 가깝다는 점에서 토스의 나스닥 상장은 논란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 애널리스트는 “토스가 미국으로 직접 진출할 정도의 성장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며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저 도망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나스닥에서 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 자본 총계는 8580억원으로,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준으로 3배 이상을 받아야 10조원이 되는데 쉽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 평가다. 한국 금융지주사 PBR은 1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상장한다고 하더라도 주가 유지는 다른 얘기”라며 “쿠팡이나 네이버웹툰처럼 상장 뒤 빠르게 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승건 대표는 IPO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최근 10주년 간담회에서 “IPO는 글로벌 기업이 됐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행보인 것 같다”며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결정된 사항이 없기 때문에 말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한편 토스가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최근 물의를 빚었던 ‘대출 이벤트’. (온라인 화면 갈무리)
한편 토스가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은 최근 물의를 빚었던 ‘대출 이벤트’. (온라인 화면 갈무리)

4. 금융당국 중징계한 임원 중용

이승건 대표 경징계도 뒷말 무성

임원 인사에서도 잡음이 터져나왔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서현우 비바리퍼블리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 중징계인 ‘감봉 3개월’의 제재 조치를 확정·통보했다. 금융감독원장의 수용·결정 등의 절차는 남았지만 행위자 감경은 ‘1단계’만 가능하기 때문에 중징계는 확정된 셈이다.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는 2개월 뒤 그를 COO(최고운영책임자)에 이어 CFO 겸직을 맡겼다. 토스는 당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었는데 서 CFO가 상장주관사 선정 작업 등을 총괄했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임원이 중책을 맡는 건 통상적인 금융권 관행과 거리가 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으면 대체로 그에 상응하는 별도 인사 조치를 내리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잘못에 대한 반성 차원이기도 하고 금융 소비자에 대한 예의”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내부에서조차 “징계를 받은 임원을 임명하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토스의 행태는 금융감독원으로 불똥이 번졌다. 관련 사안에서 이승건 대표가 경징계인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됐다. 금감원 검사국에서는 이 대표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3개월’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를 거치면서 이 대표 제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로 두 단계 감경됐다. 토스 이전 두 단계 감경은 2020년 라임 사태 당시 신한금융투자뿐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초부터 금융권에 일관되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온 금감원 기조의 유일한 예외가 토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금감원 부원장 출신 박세춘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지난해까지 토스뱅크 사외이사로서 ‘일정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토스인사이트 대표로 선임된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 나왔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때 금융사 대표로 유일하게 동행한 이 대표의 정치권 인맥설까지 등장했다.

5. 채용 인원 ‘절반 가까이 이직’

신의 직장이라지만…고된 업무 강도

토스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높은 업무 강도’다. 이 때문에 최고의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이직률이 낮지 않다. ‘역삼의 등대’라 불리던 시절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타 회사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 평판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리뷰 중 조직문화, 워라밸, 야근, 수직적인 상사 등을 단점으로 꼽은 글만 227건에 달한다.

토스를 퇴사한 A는 “꽤나 업무 강도가 높다. 어려운 수준의 고객 요구가 많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인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조직 자체가 워라밸을 중시하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집중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남겼다.

이 때문에 타 회사 대비 조건이 좋음에도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상당수다. 원티드인사이트가 국민연금 자료를 토대로 입사자·퇴사자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1월까지 422명이 입사했고 255명이 퇴사했다. 채용한 인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회사를 나간 셈이다. 2024년 8월의 경우 입사자와 퇴사자 수가 똑같았다. 익명의 토스 전직 직원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할 텐데, 언제까지나 이런 높은 업무 강도를 유지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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