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개혁’ 둘러싼 4대 논란
1. ‘비선출 기업가’의 정부 개혁
기업식 구조조정…“월권이다”
트럼프 정부로부터 개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머스크는 정부를 기업처럼 다룬다.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인답게 자유주의 우파가 추구해온 기존 ‘작은 정부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훨씬 작고 약한 정부론’을 내세운다. 정부 시장 간섭 최소화를 넘어, 예산과 인력을 대폭 감축해 정부 외형 자체를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비대한 정부 조직과 그간 방만한 예산 집행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끊이지 않는다. 선거로 뽑히지 않은 민간인이 정부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이른바 ‘월권’ 논란이다. 정부와 기업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공익을 강조하는 정부 조직을, 민간 기업처럼 손질하는 것이 맞냐는 의문이다. 과거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기업 효율을 높인 대신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던 머스크다.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은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뿐 아니다. 최근 공개된 DOGE 인적 구성이 논란을 키웠다.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세대인 데다 기술 전문가다. IT 전문가일지는 모르나 정책 측면에선 문외한인 청년들이, 연방정부 개혁을 주도하는 건 위험하다는 비판이 미국 현지에서 확산 중이다. ‘AI 인터뷰 소프트웨어’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활동했던 카일 슈트,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인턴 출신인 루크 패리터, 머스크가 소유한 보링컴퍼니 사장을 맡고 있는 항공우주 엔지니어 스티브 데이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미 국무부 외교기술국 선임고문으로 임명된 에드워드 코리스틴을 놓고 설왕설래가 특히 심하다. 미국 나이로 19세에 불과한 코리스틴은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에서 짧게 일한 게 경력의 전부다. 과거 데이터 보안회사 정보를 유출한 경력이 있어 논란이 더 크다. 검증되지 않은 인턴 출신 젊은 기업인에게 국무부 민감 정보를 맡기는 것이 맞냐는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적법성 논란에도 직면했다. 민주당 소속 13개 주 법무장관은 최근 DOGE 직원 연방 시스템 접근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DOGE가 재무부 결제·데이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현행법상 재무부 재정국 기록 접근권은 직무수행 필요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만 부여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월권과 정당성 논란에 선을 그었다. 그는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반드시 대통령에게 가부를 확인한다”며 “일련의 확인 절차가 마련돼 있는 만큼 우리(DOGE) 마음대로 일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 AI 앞세운 구조조정 부작용
정부 민감 데이터 외부 유출 우려
머스크가 정부 구조조정 핵심으로 내세운 ‘인공지능(AI)’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DOGE는 정부 효율성 제고를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정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킨 후, 필요 이상의 예산과 인력을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찾아 손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AI 위험성 논란은 민간에서도 진행형인 상황이다. 데이터 유출, 환각 효과 등 기존 AI 부작용으로 꼽히던 문제가 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경우, 그 여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OGE는 정부 AI 도입·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교육부 데이터 전반을 AI 소프트웨어에 학습시켜 해당 기관 프로그램과 지출을 조사한다. 다른 쪽에서는 현재 미국 연방조달청(GSA)을 위한 맞춤형 생성 AI 챗봇인 ‘GSAi’를 자체 개발 중이다. 특히 GSAi 프로젝트는 미국 연방정부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 ‘AI 우선 정책’의 핵심이다. 연방정부 각종 조달 계약과 사무실 건물, IT 인프라를 관리하는 GSA 직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맞춤형 챗봇이다. 생산성 제고 효과가 검증되면 연방정부 전반에 AI 챗봇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보안이다. AI가 학습할 데이터에는 개인 정보는 물론 각 부서 지출 등 핵심 재무 정보가 포함돼 있다. 사이버 공격에 의한 해킹, 민간 직원을 통한 외부 유출 등 보안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익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자체 AI를 개발 중인 머스크가 자사 AI 고도화를 위해 정부 데이터를 사적 유용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GSAi 개발에 어떤 AI 모델을 활용할 것인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논평을 통해 “민감 데이터를 AI 소프트웨어에 입력할 경우 데이터가 시스템 운영자 소유가 될 수 있고 외부 공격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AI가 데이터를 요약할 때 환각 현상이 일어나 인종차별적 결과를 도출하는 등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3. 머스크에게만 유리한 정부 개혁?
거액 정부 계약 수주…이해 충돌 논란
이해 충돌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머스크가 주도하는 개혁이 본인 회사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기관 축소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로 머스크가 운영 중인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와 규제가 실제 중단되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머스크 운영 기업 6곳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약 32건 이상의 연방 조사가 최근 정부 구조조정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 기업 조사와 관련된 최소 11곳 연방 기관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조사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시각이다.
머스크 운영 기업이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계약을 다수 수주했다는 점도 이해 충돌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 기업이 지금껏 수주한 정부 계약 액수가 200억달러(약 29조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해 38억달러 계약을 비롯해 누적 정부 수주액이 180억달러가 넘는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가 주요 계약 업체인 국방부 운영과 예산 집행에 개입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방부에서의 수십억달러 사기와 남용을 발견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에 따라 머스크는 국방부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소속 마크 포컨 미국 하원의원은 머스크 같은 특수직 공무원의 연방정부 계약 수주를 금지하는 이른바 ‘일론 머스크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특별 정부 직원’ 신분으로 DOGE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서약을 하거나 자산 관련 정보를 대중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 DOGE 개혁으로 머스크 기업이 수혜를 보더라도, 머스크와 직접 연관성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4. ‘보복’ 받는 머스크 사업
유럽 테슬라 판매 뚝…X도 수사 돌입
머스크 논란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각국 정부와 여론이 ‘머스크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미국에 대한 ‘보복 심리’가 머스크를 향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트럼프 정부 아이콘이 된 머스크 기업에 규제를 강화하고 불매가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독일 내 테슬라 차량 판매가 1277대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59.5% 급감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테슬라 제조 공장이 있는 나라다. 프랑스(63.4%), 스웨덴(44.3%), 노르웨이(37.9%), 영국(7.8%) 등에서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특히 지난 1월 독일 전기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는데, 테슬라만 판매가 줄면서 시장점유율이 14%에서 4%로 쪼그라들었다. 차기 캐나다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재무장관은 최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차량에 10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뿐 아니다. X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기업 전반을 향한 혐오 리스크가 커졌다. 프랑스는 최근 소셜미디어 X 알고리즘 편향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검찰청은 올해 1월 ‘X의 편향된 알고리즘이 자동화 데이터 처리 체계의 운영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더그 포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지사는 최근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 계약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반(反)머스크 현상’이 미국에 대한 보복이 아닌, 머스크 개인을 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우 논란’이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과거부터 극우 세력을 지지하는 여러 행동으로 비난받아오긴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이 아닌 실질적인 미국 2인자로 부상한 만큼 반작용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머스크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을 공개 지지하며 논란을 키웠다. 머스크는 독일 언론에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으며 해당 정당 지지를 표했다. AfD는 난민 재이주, 난민 구금시설 설치, 유로화 반대 등을 추구하는 정당이다. 나치 역사 옹호로 독일 우익 교섭단체에서마저 퇴출되기도 했다.
극우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극우 정당 ‘영국개혁당’에 1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공개 지지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팔을 쭉 뻗는 ‘나치식 인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