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김 모 씨는 자칭 ‘요노족’이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외식 대신 직접 요리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소비 인증방’에서 절약한 소비 내역을 공유하며 동기부여를 얻는다. 김 씨는 그렇게 아낀 돈으로 방학을 틈타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는 “해외는 아무래도 비싸서 국내로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요노?
언뜻 생소하다. ‘You Only Need One’의 준말이란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의미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번뿐인 인생, 폼나게 쓰자’고 했던 ‘욜로(You Only Live Once)’ 트렌드가 대세였다. 최근에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환경 속에서 더욱 실용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소비,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한 ‘2025년 새해 소비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읽힌다. 현재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수적인 소비를 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 80.7%가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구매를 최대한 자제한다’고 응답했으며 실용적인 소비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89.7%에 달했다. 이는 요노 트렌드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미래 대비, 가치 소비, 환경 감수성 등의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노 왜 뜨나?
가벼워진 주머니…가치 소비로
무엇보다 대외 환경이 돈 쓰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 봉급 생활자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2022년부터 2년 연속 물가 상승률이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엔 근로소득 증가율은 4.7%,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0.4%포인트 격차가 났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직장인 월급이 2.8% 늘어나는 동안 물가가 3.6% 뛰어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감소하니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이런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해 ‘소비 통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 용어로는 ‘손실 회피’라고 한다.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1979년 공동 연구를 통해 제시한 이론으로, 인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같은 조건의 이익보다는 손실의 크기를 더 크게 인지한다는 개념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 침체 뉴스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전략적인 소비를 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Z세대 소비 가치관의 변화도 한몫했다. 요노는 같은 MZ세대 내에서도 현재의 만족보다 미래 안정성을 중시하는 태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대변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보고서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태어난 Z세대(1997~2012년 출생)의 경우 어릴 때부터 절약과 합리적 소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단, 예전 ‘짠물 소비’와는 다른 점이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노 소비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절약을 ‘재미’로 승화하는 소비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효능감’ 개념과 연결된다.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패턴을 조정하고 지출을 관리할 수 있다고 느낄 때 개인의 심리적 만족감이 올라간다는 이론이다. 무지출 챌린지, 절약을 위한 중고거래, 팀 예산 지키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밖에 내 절약 사례를 공유하고 순위를 매기는 식의 절약 챌린지 등 소비의 ‘놀이화’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오마카세 대신 무한리필
택시 줄이고 신차 대신 중고차
요노의 대표적인 모양새는 ‘절약’이다.
가장 먼저 줄이는 건 통신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611만명(10.9%)에 그쳤던 알뜰폰 가입자 수가 지난해 11월 기준 95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6.7%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
또 알바천국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71.7%가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요노 트렌드를 추구한다’고 답했다. 소비를 줄이는 항목으로는 식비(36.9%)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값비싼 오마카세, ‘인스타그래머블’한 맛집 대신 무한리필과 중저가 뷔페형 매장이 인기를 끄는 모습도 같은 맥락이다. 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뷔페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요노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4 세컨드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건수는 전년보다 63% 늘었다. 2024년 1분기 동안 중고 패션 카테고리에서만 약 64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금액으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중고거래 이용자의 78%가 소위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옷값도 크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을 찾는 것이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해 10월 가입자 수 4000만명을 넘었다. 전 국민 5명 중 4명은 중고거래를 이용해 봤다는 뜻이다.
대학생 최영우 씨(28)는 “물건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보다 저렴하게 살 방법이 없는지 되도록 여러 플랫폼을 검색한다”며 “자취방에 쓸 중고 가구를 하나씩 장만 중인데 직접 운반하는 점은 불편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션 업계에서도 요노 현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에 따르면 지난해 2030 고객의 구매 비중은 62%에 달한다. 의류 제품을 아예 사지 않는다기보다는 SPA 브랜드를 통해 가성비 제품 위주로 소비하는 셈이다. 스파오는 “최근 로고가 없어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며 “예전에는 비싼 옷을 오래 입자는 인식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옷을 오래 입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도 올 1월 기준 ‘기본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목티’는 45% 증가했다.
신차를 사는 대신 중고차를 구매하거나 쏘카, 지카(옛 그린카) 등 차량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6.5% 감소한 163만8506대로 집계됐다. 20대의 신차 구매는 12.1% 감소했다. 반면 중고차 판매량은 0.6% 감소한 234만6267대를 기록하며 신차보다 1.4배 더 사고팔렸다.
자차뿐 아니라 교통비를 과감히 줄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NH농협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20~30대의 일평균 택시 이용 건수는 21% 줄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의 택시 이용이 3% 정도 줄어든 것을 비교해봤을 때 경기에 민감한 젊은 층이 택시 대신 다른 대중교통으로 갈아탄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으로 교통수단에 있어 알뜰한 소비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호·정다운·조동현 기자 김연수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6호 (2025.02.12~2025.02.1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