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겨냥 배경은
수출 다변화 교두보 포석
한국은 중국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 시장 규모가 작은 데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 강해 매출이 잘 일어나지 않은 탓이다. 미니소, 화웨이 등이 야심 차게 한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못 견뎌 철수했다. 그랬던 중국 기업이 돌연 한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중국 내수 침체다. 수년간 축적된 부동산 불황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중국 내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현지에선 ‘최악’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체감 경기가 악화 일로다. 코로나 충격으로 얼어붙은 중국 소비 심리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풀리지 않고 있다. 2024년 1~3분기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3%대로 내려앉은 데 이어 계속 하락세다. 외식 소비 증가율은 정상화되고 있으나 중국 소매판매 가운데 25%를 차지하는 온라인 소비 성장률은 8.6%로 둔화했다. 과거 성장률 두 자릿수를 넘겨 전체 소비 시장 성장을 주도한 온라인 소비마저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친 점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베이징, 상하이 등 그나마 상황이 낫다고 꼽히는 1선 도시 경기마저 죽은 상황이다. 현지 무역업체 관계자는 “중국 최고 부자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마저 ‘불황형 소비’가 대세가 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내수가 얼어붙자 대안으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단 분석이다. 한국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평가다. 한류 효과로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품목을 중심으로 일본·동남아 등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코트라 난징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총인구 감소에 따라 총수요도 감소하면서 기존 중국 시장 규모로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생산능력을 소화하기 어렵다”면서 “해외 진출은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고 진단했다.
둘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에게 중국 제품은 ‘저가’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들어 소비자 인식이 확 달라졌다. 중국 기업은 기술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면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중국은 국가 주도 외생적 성장 전략과 민간 부문 경쟁을 기반으로 한 내생적 성장을 접목해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중국은 ‘12차 5개년 경제계획’ 때부터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으로 실질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진 시기를 이때로 본다. 이때부터 중국은 ‘신창타이(뉴노멀)’ 구호를 내걸고 첨단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 특유의 탄탄한 기업 인프라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테스트베드로 든든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데다 주 52시간 근무 시간 규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할 이공계 인재가 넘쳐난다.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 중간 기술 단계를 뛰어넘는 ‘리프프로깅(Leapfrogging)’ 전략, 유니콘 기업 육성 등도 정부 주도 외생적 성장의 주된 축을 이룬다.
이 같은 외생적 성장 전략은 민간 주도 내생적 성장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다. 법과 규정에 허용된 것 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와 달리, 네거티브 규제를 산업 전반에 폭넓게 도입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신규 산업 진출과 기술 개발을 가속시켰다. 신산업 진출 물꼬를 확 트여줘 치열한 경쟁을 통한 기업 진출입이 활발해졌단 평가다. 덕분에 가전, 스마트폰 기술력은 한국 기업과 격차가 거의 사라졌단 평가마저 나온다. 자국 내 규모의 경제 덕분에 가격 경쟁력까지 한국을 압도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브랜드는 원자재부터 중간재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탄탄히 구축해놨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절감,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또,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력 확보에 ‘올인’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선 곳이 상당수다. 과거 중국 기업처럼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3호 (2025.01.15~2025.01.2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