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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30대 CEO 등장 (New generation)…오너 3·4세 시험대 올랐다

최창원 기자
입력 : 
2024-12-24 1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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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재계 인사 키워드 ‘S·I·R·E·N’ [스페셜리포트]

인사(人事)는 기업 방향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는 메시지다. 인사가 만사(萬事)인 이유다. 주요 대기업의 2025년 인사가 마무리된 상황. 올해 인사 키워드를 요약하면 ‘비상등(S·I·R·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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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그룹은 위기에도 세대교체를 이어갔다.

CJ그룹에서는 1990년생 대표가 나왔다. CJ그룹은 CJ 4DPLEX 대표에 콘텐츠 사업 기획 업무를 주로 해온 1990년생 방준식 대표를 선임했다. 방 대표가 임원에서 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방 대표는 지난 2월 CGV 경영리더로 발탁됐다. 2018년 포디플렉스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6년 만이었다. 연속적인 초고속 승진이다. 배경에는 CJ그룹의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책임경영을 외치며 오너 3·4세도 경영 보폭을 넓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GS그룹이다. 오너 3세에서 4세로 세대교체했다. 핵심 계열사 GS리테일의 전성기를 이끈 3세대 허연수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세 허서홍 대표가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허 신임 대표는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GS 미래사업팀장을 맡고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로 GS리테일에 합류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경영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젊은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롯데 오너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역시 본격적인 경영 능력 평가대에 올랐다.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다. 신 부사장은 2022년 롯데케미칼 상무보로 그룹에 발을 들인 후 2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에 빠진 만큼 신 부사장의 위기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의 그룹 내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는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성장 지원은 SK가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삼양그룹도 오너 4세 김건호 삼양홀딩스 전략총괄 사장은 화학 사업 그룹장이 됐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은 지난해 전략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이번 인사로 생산 분야까지 맡게 됐다. 삼양은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2그룹으로 분리했는데 그룹1은 전통적인 화학소재 사업이고 김 사장이 맡는 2그룹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한다. LS그룹은 구자열 LS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오너가 3세 구동휘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이 최고경영자로 승진했다. LS MnM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을 주도할 LS그룹의 핵심축이다. 2027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데 구 부사장이 직접 이끌 예정이다.

다만 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경우 ‘젊은 피 발탁’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CEO·사장급 인사로 범위를 좁히면 1970년대생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중에선 이준희 삼성SDS 신임 대표 사장이 1969년생으로 가장 젊다. LG그룹도 사장단 인사 중 홍범식 LG유플러스 신임 대표 사장이 1968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현대차그룹도 사장단에도 1970년대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현대건설 신임 대표를 맡은 이한우 부사장(1970년생) 정도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1970년생인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의 사장 승진 인사를 내고 LG그룹 핵심 계열사 LG이노텍도 1970년생 문혁수 대표를 선임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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