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
기후변화로 소나무재선충 비상
감염 즉각 판별 키트 등 개발
"올겨울 대란 막아야 山 살아나"
기후변화로 소나무재선충 비상
감염 즉각 판별 키트 등 개발
"올겨울 대란 막아야 山 살아나"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소나무재선충 피해목은 2022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4월 약 90만그루까지 늘었다"며 "이번 겨울은 3차 대발생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느 때보다 방역 역량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부터 산림과학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한국인과 소나무'라는 책을 내는 등 소나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과거 두 차례 소나무재선충 대발생 사태를 겪었다. 1차 대발생이 있었던 2007년에는 피해목이 137만그루까지 늘었다가 집중 방제를 통해 2011년 26만그루로 피해 규모를 줄였다. 그러다 2014년 다시 218만그루로 급증했고, 2021년에야 간신히 31만그루로 막아냈다. 그러다 최근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매개충의 활동 기간이 늘면서 포항·경주 등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방제의 기술 기반을 맡고 있는 산림과학원은 '속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닷새 만에 부화부터 재산란까지 한 주기가 끝나 20일이면 한 쌍이 20만~30만마리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증폭 기술을 활용해 임업 현장에서 30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한 까닭이다. 기존에는 시료를 채취해 1차 진단기관에 보내 판별하는 방식으로 통상 3일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
배 원장은 "사용자 연령대가 높아 보다 쉽게 쓸 수 있도록 키트를 개선하고 있다"며 "나무 한 그루를 검사하는 데 1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 여파로 산림 재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증언했다. 인도·베트남 등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던 노랑알락하늘소나 북미 지방에서 들어온 미국흰불나방 같은 유해종이 국내에 서식 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급격한 기후 환경 변화는 수목의 내병성도 떨어뜨려 같은 양의 병해충에 감염되더라도 더 쉽게 고사한다"며 "이는 산불·산사태를 비롯한 2차 재난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원이 내병성이 강한 나무 품종을 개발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또 환경 위해성 우려로 중단됐던 약제 항공 살포는 드론을 활용해 정밀·고도화하고 있다. 배 원장은 "2025년 농림위성이 발사되면 해당 영상을 활용한 신속·정확한 예찰과 맞춤형 방제 전략으로 재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