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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생산 확 줄인 일본…비결은 '시장논리'에 맡긴 쌀값

이지안 기자
입력 : 
2024-12-10 17:50:19
수정 : 
2024-12-10 2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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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되는 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쌀값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쌀 생산 조정을 시작해 현재는 소비량 대비 재고량이 약 12%로 안정된 상태다.

반면 한국은 쌀 소비량 대비 재고량이 34.7%로 높고, 벼 농사 순수익률이 30% 내외로 타 작물 수익률에 비해 높아 쌀 생산 농가들이 다른 작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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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970년부터 쌀 생산조정
53년만에 생산량 절반으로
벼재배때 주는 직불금 폐지
면적당 수익성도 32% 줄어
韓, 3차례 조정했지만 실패
벼농사 순수익 30%로 높아
갈팡질팡 정부 정책도 문제
◆ 세금 먹는 쌀 ◆
사진설명
"시장원리에 따라 쌀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과잉생산되는 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억지로 붙들고 있는 쌀값을 지적했다. 쌀 소비가 줄어들면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고, 농가들은 다른 작물로 갈아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서세욱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만 쌀값이 한순간에 폭락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쌀 생산 농가에 들어가는 직불금을 줄이면서 쌀값을 연착륙시키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보다 앞서 국가적으로 쌀 과잉생산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국가는 일본이다. 1970년 일본은 정부 의 쌀 재고가 총 수요량의 60%(720만t)에 달해 처치 곤란을 호소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1971년부터 쌀 생산 조정을 단행해 50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안착한 상태"라며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70년 약 1200만t의 쌀을 생산했는데, 2023년 660만t 수준으로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에서 생산된 쌀의 소비량 대비 재고량은 약 12%다. 같은 기간 한국의 쌀 소비량 대비 재고량은 34.7%다.

일본은 생산 조정 초기에 쌀 수요량에 맞게끔 각 농가에 생산 수량 목표를 배분했다. 즉 일괄적인 감산을 강제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주문했던 생산 조정 면적이 쌀 재배 면적 절반 수준에 이르는 만큼 쌀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감산이 되기는 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의 전작 실적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에 일본은 2004년을 기점으로 쌀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골자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의 전환이다. 2018년 국가는 쌀 생산 수량 목표를 정하는 것을 그만두었고 각 지자체와 생산자들이 협의해 생산량을 결정하기로 했다.

쌀 재배 시 지급하는 보조금도 폐지했다. 일본은 2014년 변동직불금(목표 가격 미달 시 차액 일부 지급)을 폐지한 데 이어 2018년 고정직불금(재배 면적당 주는 보조금)도 없앴다. 대신 다른 밭작물이나 논에서 콩과 같은 것들을 재배하면 주는 보조금을 강화했다.

서 교수는 "재정 부담도 커지고 하다 보니 정부가 손을 뗐고 2018년부터는 생산자 주도로 쌀이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보조금을 받지 못하자 재배 면적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간 국가 재정으로 유지되던 쌀값이 하락하니 쌀 농사를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실제 일본 쌀의 상대적 수익성을 보면 10아르(a)당 1970년 4만3102엔에서 2020년 3만4500엔, 2023년 2만9000엔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역시 쌀 개혁 조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과거 세 차례 쌀 생산 조정을 단행했다. 1차는 2003년 쌀 생산조정제로, 정부는 당시 8만2500㏊를 축소하는 데 성공해 90.2%의 달성률을 이뤘다. 2차, 3차는 각각 2011년 2018년으로 감산 목표의 52~56% 성과밖에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국내 정책의 가장 큰 패인은 '그럼에도 높은' 쌀의 수익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을 재배했을 때 나는 순수익은 10a당 2007년 24만원에서 2020년 44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에는 5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벼 농사 순수익률은 30% 내외로 타 작물 수익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일례로 지난해 논콩 재배 순수익률은 11.3% 에 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에서 공공비축이다, 격리다 하며 쌀을 사주기도 하고 끝내 안 팔려도 품질과 관계없이 농협이 사주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농협 중심의 쌀 유통 체계보다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의 역할을 확대해 쌀 산업 시장의 가격 조절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관성 없는 정책도 문제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쌀값이 반짝하고 올라가면 다시 흐지부지 끝나버리게 된 게 결정적 실패 요인"이라며 "쌀 소비 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데 이에 대한 단발적인 조치는 생산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쌀 감산과 동시에 쌀 가공식품 다양화도 필요한 대책 중 하나다. 단번에 쌀 생산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에 적합한 쌀로 재배 전환을 유도하고 냉동 김밥 등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 활성화가 방안이다.

김종인 교수는 "가공용 쌀은 적정 원료비 수준뿐 아니라 가공적성도 주식용 쌀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재배 단계에서부터 가공용으로 적합한 품종 개발 등을 토대로 전용 품종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일본에서는 최근 가공용 쌀 품종 개발 단계부터 최종 수요자인 식품 가공회사와 공동으로 맞춤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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