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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네이버 AI’ 파괴력 있을까…빅테크 직접 경쟁에 비관론

배준희 기자
최창원 기자
입력 : 
2024-07-25 07:04:51
수정 : 
2024-07-25 19: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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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株’였던 네이버 어쩌다… [스페셜리포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부터)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나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제공)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부터)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나 ‘소버린 AI’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제공)

새 먹거리 발굴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네이버의 새 성장동력은 AI다.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만큼 네이버의 AI 기대감은 상당하다. 이해진 GIO는 지난 5월 21일 비공개로 진행된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참석했다.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 이후 거의 5년 만에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모델 구축 방안 등을 논의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 사태 때도 ‘침묵’을 택했던 이해진 GIO가 AI 이슈에는 선뜻 움직일 만큼 네이버의 최대 화두는 AI”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AI 전략은 ‘소버린 AI’다. 소버린 AI는 ‘독립된’ ‘자주적인’ 의미를 가진 소버린(Sovereign)에 AI가 결합한 말이다. 현재 챗GPT 등 생성형 AI 주도권을 쥔 쪽은 미국 빅테크다. 이들의 생성형 AI는 영어 기반으로 학습을 진행한 만큼 영어권 문화와 가치관을 내재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비영어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우려가 커진다고 판단,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해 생성형 AI 구축에 도움을 주겠단 전략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사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해 소버린 AI 전략에 속도를 낸다.

다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경쟁력에 의구심을 내비친다.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소버린 AI 영업을 펼치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야후재팬(라인야후)’은 네이버가 아닌 오픈AI와 손잡았다. 라인야후와 네이버 간 관계 악화를 고려해도 뼈아픈 결과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의 일본어 학습 능력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테크니컬 보고서’에서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능력은 실제 서비스 중인 번역 모델 등 리포트에서 선정한 10개 모델 중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퍼클로바X의 일본어 학습에 근거해 AI 영토 확장을 기대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AI와 함께 네이버 새 먹거리로 기대를 모은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도 성장 둔화 상태다. 트위치의 한국 시장 철수 효과로 월간 활성 사용자(MAU) 등 ‘외형’은 키웠지만 ‘내실’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치지직 MAU는 228만8429명으로 SOOP(아프리카TV) MAU(234만5794명)와 큰 차이가 없다. 이용 시간에선 차이가 크다. 치지직 ‘사용자당 평균 사용 시간’은 598분이다. SOOP(1076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용 시간은 스트리머 팬덤 결집도·플랫폼 수익 등을 가늠할 수 있다. 플랫폼 수익성과 연결된 핵심 지표다. 내실 다지기 단계지만 네이버는 조바심이 큰 눈치다. 출시 1달 만에 중간 광고를 넣고 ‘치트키’라는 구독형 광고 제거 상품을 내놨지만, 사용자 불만도 크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대하는 네이버 태도를 보면 기존 기업 모방 수준”이라며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연일 신저가 네이버, 바닥 찍었나
ROE ‘고작’ 4%…“주주환원 강화” 지적 드세

네이버 주가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7월 3일 15만98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7월 10일 종가 기준 17만75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목표주가는 줄줄이 하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월 1~9일 네이버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11곳 모두 목표주가를 내렸다. 대부분 확실한 성장동력 부재를 이유로 꼽는다. 가장 낮은 목표주가(21만원)를 제시한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AI)을 포함해 명확한 장기 성장동력이 확인되지 않는 만큼 반등은 느릴 것”이라며 “사업 가치 밸류에이션을 하향 조정하고 웹툰엔터 지분 가치 변화를 고려해 적정 주가를 21만원으로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인야후 매각 이슈로 장기적 관점의 해외 확장 스토리가 깨지며 밸류에이션 확장이 막혔다”면서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 정책과 더불어 주주환원율을 높인다면 투자자 관심이 환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네이버는 적극적 주주환원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자기자본이익률(ROE)로도 가늠할 수 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ROE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자인 순이익을 늘리거나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분모인 자기자본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2022년과 2023년 네이버의 ROE는 3.3%, 4.4%에 그쳤다. 성장주임에도 코스피 평균 ROE를 밑돈다. 주주와 시장이 불만을 갖는 지점이다. 네이버도 이를 알고 있다. 이에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8% 수준인 자사주 보유 비율을 2025년까지 5% 이내로 낮출 계획이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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