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의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뜨거운 감자다. 법률안에 포함된 ‘출장 진료 허용 예외 조항’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동물병원 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출장 진료를 허용한다. 허용 예외 조항은 △동물 구조를 위해 응급 처치를 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축산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가축을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등이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 가운데 특히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가 논란의 핵심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장동물에 관해서는 출장 진료가 일반적이지만, 반려동물 진료는 동물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반려동물 출장 진료를 두고는 수년간 갑론을박이 있어 왔고,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출장 진료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마약이나 마취제 같은 전문 의약품이 병원 외부로 유출될 위험, 외부 진료 시 응급 대처가 미흡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점을 지적한다. 또 동물병원 간 경쟁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수의료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한 기준이나 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시 출장 진료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은 사실상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출장 진료의 빗장을 풀어 버리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수년 전 반려동물 보호자와 수의사를 중개해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한 적 있다. 플랫폼 이용자는 만족한 편이었는데, 수의사법 위반 소지가 있어 서비스가 확대되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반려동물 대상의 출장 진료를 허용하되, 출장 진료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분명한 기준을 두고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반려인의 입장에 나 역시 출장 진료의 필요성을 고려하게 된다. 그렇지만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편의에만 기대 난무하는 정보에 휩쓸리며 선택 장애를 겪거나, 서비스 질에 대한 불안과 의문을 오롯이 감당하고 싶지는 않다. 협의와 숙고를 거친 합당한 규제와 효율적인 관리 방안이 뒷받침될 때야 방문 진료에 대한 반려인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3호(25.04.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