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최윤희·최수진·임희재 등
젊은 여성작가 3인 작품 펼쳐
“시장통 같은 다른 페어와 달리
신예작가 깊이 살펴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컬렉팅(수집)을 꾸준히 하는 분들,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는 분들은 오히려 지금 작품을 구매하세요. 호황 땐 없어서 못 사던 작품이 더 좋은 가격에 나오고, 같은 값이라면 더 좋은 작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음달 10일 개막하는 상반기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 오앤오(ART OnO)’에 참가하는 지갤러리의 정승진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트 컬렉팅에 있어 불황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호황은 언젠가는 돌아온다. 미술시장은 보통 10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아트 오앤오처럼 미술계에서 엄선된 작품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아트페어는 컬렉터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 오앤오는 오는 4월 1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아트 오앤오는 MZ 컬렉터 노재명 아트 오앤오 대표가 기획한 새로운 형태의 아트페어다. 수백 개 갤러리들이 한 데 섞여 유명 작가들 작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대형 아트페어의 방식을 탈피하고, 매년 40개 안팎의 갤러리만 초청해 지금 미술계에서 뜨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전시를 펼친다. 올해는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일본 등 세계 20여 개국 41개 갤러리(화랑)가 참여한다. 에스더쉬퍼, 마시모데카를로, 두아르트스퀘이라, 페레스프로젝트 같은 글로벌 화랑을 포함해 참가 갤러리의 절반이 해외 갤러리다. 일본 팝아트 거장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운영하는 갤러리 카이카이키키 등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화랑만 8곳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의 지갤러리는 올해 처음 아트 오앤오에 참가한다. 정 대표는 “사실 국내 아트페어는 9월 ‘프리즈(Frieze) 서울’ 말고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는데 지난해 아트 오앤오에 직접 가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시장통 같은 대다수 아트페어와 다르게 전시 공간도 넓었고, 관객이 상당히 많았는데도 잘 몰랐던 작가들 작품들까지 눈에 잘 들어왔다. 관객 입장에서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신예 작가들을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좋은 작품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갤러리는 이번 아트 오앤오에 최윤희, 최수진, 임희재 등 젊은 여성 작가 3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지갤러리 전속 작가들로 이번 출품작의 가격대는 대부분 1000만~2000만원 안팎이다. 정 대표는 “최윤희 작가는 체화된 감정과 경험, 기억을 추상화로 표현하는데 유화지만 굉장히 물감을 묽게 사용해서 수채화처럼 몇십 번씩 층을 쌓아 작업을 한다. 그래서 빛의 종류나 각도, 조도에 따라 굉장히 화면의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게 특징”이라며 “홍콩, 영국 등 해외 전시 경험이 있어서 싱가포르나 해외 컬렉터 분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함께 소개되는 최수진 작가는 여행이나 산책에서 마주친 장소와 사물의 사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의 조각들을 재조합하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마치 회화가 스스로 완성되고 있는 것처럼 대상을 의인화해 작업 과정의 순간을 포착하듯 그린 ‘제작소’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임희재 작가는 가장 최근에 지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93년생 신진 작가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그림을 그리는 작가 개인의 욕망과 딜레마를 박제된 동물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은 잘하는 작가들도 정말 많고 작가 풀(pool)이 좋은데, 국내에서는 기관 전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글로벌 아트페어가 열려도 젊은 작가들은 조명을 받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다.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싱가포르 같은 동남아 국가들도 자국 작가들을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다 보니 전체 미술시장을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한국 작가들의 이력이 실력에 비해 부족하게 비춰지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의 유망한 신진 작가들을 많은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고, 또 해외 갤러리나 미술관 등과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아트 오앤오 같은 아트페어가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