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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의 창] 젤렌스키와 처칠이 다른 점

입력 : 
2025-03-06 17: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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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이후, 미 정부 내에서 젤렌스키의 사임 요구가 있던 가운데 처칠 전 총리가 소환됐다.

마이크 왈츠 보좌관은 처칠과 젤렌스키의 상황을 비교하며, 두 지도자가 전쟁 중 미국의 지지를 잃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외교에서의 미숙함을 드러내며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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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만든 '정치적 함정'
젤렌스키 준비 미숙으로 궁지
굴욕 감내하며 美참전 유도한
英 2차대전 영웅 처칠과 대조
탄핵정국 한국에 경종 울려
사진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충격적인 정상회담 직후 미 정부 일각에서 젤렌스키의 사임을 요구한 가운데 갑자기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소환됐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에서 "처칠은 그의 국민을 위해 일어나 싸웠고 젤렌스키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일어나 싸웠다"며 "그러나 처칠은 1945년 선거에서 져서 물러났다. 한동안 권력을 잡았지만 영국을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2차 대전 승리의 영웅 처칠과 전쟁 중인 젤렌스키를 비교하는 게 어색할 수 있겠지만, 왈츠 보좌관의 언급처럼 두 사람은 비슷한 상황을 겪은 국가 지도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까운 공통점 하나는 두 사람 모두 전쟁 말기에 최우방 미국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모두 러시아(소련) 때문이었다. 처칠은 2차 대전 초기만 해도 루스벨트 대통령과 강력한 브로맨스를 자랑했다. 루스벨트는 전쟁 지휘 경험이 있는 처칠의 전략을 따랐고, 반격이 시작된 1942년에는 스탈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지중해 우선전략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전쟁에서 소련의 비중이 커지는 1943년 테헤란 회담에서부터 처칠은 밀려나기 시작한다. 루스벨트는 이탈리아 확보를 주장하는 처칠과 프랑스 탈환을 개시하자는 스탈린 사이에서 스탈린의 편에 선다.

"총리께서 점심 때 샴페인을 너무 많이 드셨나 보다." 루스벨트는 스탈린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심지어 처칠을 웃음거리로 삼거나 조롱하는 농담마저 던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담이 이번 백악관 회담처럼 TV로 생중계되었다면 이 역시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칠은 젤렌스키와는 다른 고단수의 전략가였다. 그는 독일의 영국 침공 초기부터 유럽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미국의 고립주의를 돌파할 방안을 모색했다. 루스벨트에게 무려 1100여 통의 편지를 보내고, 런던 대공습 영상을 미국에 보내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수께끼 같다고 해서 '스핑크스'란 별명이 붙은 루스벨트를 만나기에 앞서 처칠은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에 몰두했다. 미국의 참전을 끌어내기 위해 온갖 논리를 개발하고 대역까지 세워 회담을 사전에 연습했다. "온 신경을 기울여 루스벨트의 기분을 살폈다. 그 어떤 연인도 나만큼 열중하진 못했을 것이다." "내 셔츠를 벗겨보면 그(루스벨트)에게 기어가느라 살가죽이 벌게져 있을 것이다." 처칠은 이 모든 노력이 '조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영국의 청년 군인과 국민의 생명을 나치로부터 구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이번 충돌은 백악관이 젤렌스키의 기를 꺾으려 사전에 준비한 '정치적 함정' 같다는 의심이 든다. 정상회담이 50분간이나 장시간 언론에 중계된 점, 이례적으로 J D 밴스 부통령이 배석해 발언에 끼어든 점, 특히 친트럼프 성향의 기자가 젤렌스키의 복장을 조롱하며 모욕적인 질문을 던진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여기에 말려든 것은 젤렌스키의 큰 실수였다. 회담의 형식부터 사전에 꼼꼼히 조율했어야 했고, 영어 실력을 자랑하기보다 통역을 써서 시간을 벌어야 했다. 그가 열정적이지만 미숙한 지도자임이 전 세계에 드러났다.

답답한 쪽은 우크라이나다. 당장 미국은 이를 빌미로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시켜 버렸다. 우크라이나는 결국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우크라이나의 굴욕을 바라보는 우리 한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대비하고 결정해야 할 국가의 리더십은 지금 탄핵 중이다. 나라 안팎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강효상 칼럼니스트·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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