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치솟는 공사비
비용 절감할 제도 개선해
얼어붙은 건설업 살려야
비용 절감할 제도 개선해
얼어붙은 건설업 살려야

건설산업에도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16일까지 폐업한 건설 업체가 총 3387곳(종합 586곳·전문 2801곳)이라고 밝혔다. 부도 업체도 30곳(종합 13곳·전문 17곳)에 이른다. 2020년 이후 최대치다. 원자재·인건비 폭등과 금리 상승으로 악화된 발주 여건 탓이다.
100억원 규모의 공사가 월평균 1%의 공사비 인상과 6개월의 공기 지연에 직면하면 6억원의 추가 지출이 유발된다.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이 발주자는 두렵다. 건설사업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평생 건설사업관리와 더불어 살아온 필자의 머리에는 '설계 단계 6~8%, 시공 과정 5~6%, 사업 전반 10~12%'라는 비용 절감률이 각인돼 있다. 65%의 사업비 절감을 기록한 해외 사례도 있다. 상업용 건물 공사에서 설계·시공을 동시에 추진해 공기 단축을 도모한 결과 물가 상승 영향을 차단할 수 있었다. 조기 개장을 통해 확보한 수익으로 공사비 지출분을 상쇄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기본법(제2조)은 1997년에 건설사업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기획·설계·시공·준공 과정의 모든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왜 발주자를 감동시키는 성과를 못 내는가. 사업의 규모·특성에 부합하는 업체의 선별 시스템이 부실하다. 유명무실한 '사업관리 능력 평가·공시 제도'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제23조의 2)은 2003년 동 제도를 도입했다. 문제는 법적 활용 요건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389개 업체의 3.8%(50개)만 참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업체가 제시한 실적의 검증이 어려워 공신력을 담보할 수 없다. 상위 업체의 홍보 자료 수준이다. 미국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은 엄격한 절차를 통해 검증된 결과를 제공한다.
발주자는 폭넓은 선택권을 갖고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활용한다. 남의 나라 얘기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공 능력 평가·공시 제도는 1961년에 도입돼 국내 건설산업 육성과 해외 건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왔다. 지난해 전체 8만5642개 업체의 85.2%(7만3004개)가 참여했다. 시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업관리 능력 평가·공시 제도가 왜 이렇게 부실한가. 문제가 심각하다.
발주자는 사업관리 업체의 변별력을 확인할 수 없다. 감리 수준 업무에 주력하는 다수 업체의 '그 밥에 그 나물' 대안을 놓고 심사위원이 주관적으로 평가한다. 선정되기만 하면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다. 사전 접촉이 상책이다. 기술력보다 카르텔 구축과 인맥 관리가 더 중요한 이유다.
막대한 사업관리 비용에 걸맞은 업체를 선별할 수 없는 발주자가 가장 큰 피해자다. 사업관리 능력 평가·공시, 제대로 해야 한다. 사업적으로 난국을 타개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김인호 전 국방부 기조실장·건설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