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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진영 대결 구도 심화…헌재, 어이하리오 [신율의 정치 읽기]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25-03-07 14:38:33
수정 : 
2025-03-09 11: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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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법원이 3심 진행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2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정치권에서 대법원이 3심 진행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처럼 법의 영역이 정치의 영역을 ‘지배’하는 경우는 없던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혼란 정도가 극에 달할 듯싶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탄핵을 요구하는 진보·좌파 진영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탄핵이 인용될 경우, 보수·우파 진영이 격렬하게 반발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볼 수 없던 양상이다. 당시에도 탄핵이 인용된 직후 열린 항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도 발생했지만, 지금처럼 극단적인 진영 대결 구도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핵심 쟁점이 ‘국정농단’이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이념적 성격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 문제를 이념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는 탄핵 결정 이후 정국을 예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탄핵 문제가 헌법적 차원 문제가 아닌, 이념 문제로 변한 것은 윤 대통령 측이 탄핵 심리를 진영 대결 구도로 이끌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즉, 탄핵 심판에서 계엄령 선포의 위헌·위법 여부보다는, 그 배경과 이유에 초점을 맞추면서 심리가 진행될수록 진영 대결 양상이 더욱 강화됐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의 태도 또한 진영 대결 구도를 심화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일부 재판관을 상대로 한 공세가 옳았다는 것은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특정 재판관을 인신공격하거나, 배우자의 탄핵 찬성 발언이나 친동생 이념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연좌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이런 식의 공격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또한 모든 국민이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정 재판관의 이념 성향을 문제 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재판관 이념 성향을 문제 삼기보다는 ‘재판관 언행의 논리성’ 문제에 집중했다면, 논의가 현재보다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실제 일부 헌법재판관이 탄핵 심리 과정에서 보인 언행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은 형사재판과 성격이 다르다”라는 이유로, 군 지휘부 등의 검찰 진술 조서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증거로 채택했다. 이는 현행 형사소송법 원칙과 상충될 소지가 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법규를 준용하기 때문이다. 2020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실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서 “공소장에 적힌 내용의 대부분이 나의 진술이 아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이런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논란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헌법재판과 형사재판은 성격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법규를 준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이 형사소송규칙을 개정한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8일 “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 규칙을 공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규칙 144조에 ‘공판 절차의 갱신 절차’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재판부가 바뀌었을 때 새로운 재판부는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사안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개정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와 관련이 있어서다.

아직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마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되면 마 후보자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과정에 합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한다면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할 경우 추가적인 변론 기일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대통령 탄핵에 적용할 경우, 마 후보자가 합류하더라도 탄핵 결정 시점이 크게 늦춰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 측 동의가 없어도 ‘간이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이 형사소송 법규를 준용한다는 이유를 들어 간이 조사만 하고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면, 과거 증거 채택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자신들이 언급한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며 성질도 다르다”라는 논리와 상충될 수 있다. 과거에는 ‘형사재판’과는 다르다는 점을 말했다가 이번에는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적용해 간소화 절차를 따른다고 주장한다면, 헌재 논리가 ‘상황에 따라 변한다’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일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마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탄핵 심판에 합류시켜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가 처리해야 할 사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 문제 처리가 대표적이다.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 문제보다 우선 처리됐어야 했다.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일 처리 방식을 대법원은 답습해서는 안 된다. 조기 대선이 결정된다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이 대선 전에 나와야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2심 판결이 1심 판결과 동일하게 피선거권 박탈형으로 나왔는데 대법원 최종 판결이 대선 이후에 나온다면,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헌법 84조에 따라 모든 재판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학계에서는, ‘불소추’란 ‘기소되지 않는 것’을 의미할 뿐, 이미 기소되어 진행 중인 재판이 중지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해석이 다수설이라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 이후라도 대법원은 확정 판결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매우 격렬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은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법원이 대선 전에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법이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법이 정치를 지배하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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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0호 (2025.03.06~2025.03.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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