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활용해 심부전 환자의 심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외에도 파킨슨병, 뇌전증(간질), 췌장암, 황반변성 같이 원천 치료 방법이 없는 질환에서 줄기세포를 활용한 다양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재생의료용 줄기세포 임상실험은 116건이랍니다. 그중 상용화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총 12개죠. 12개 중에서 무려 4개가 한국에서 개발됐습니다.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로 줄기세포 불모지가 된 한국이 무슨?”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지만, 진짜 그렇습니다. 아직 빛을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나름 줄기세포 강국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희망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21일부터 ‘첨생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는 덕분이죠.
2020년 8월 처음 제정된 첨생법은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약자입니다.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줄기세포, 면역세포를 활용한 세포 치료나 유전자 치료 방식을 통해 정상 기능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정기관만 희귀·난치 질환 대상 연구 목적으로 첨단재생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 게 첨생법의 핵심이죠. 연구 목적이기 때문에 돈을 받고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고 연간 수만명이 일본 등 해외로 의료 쇼핑을 떠난다는 얘기가 이래서 생겼습니다.
반쪽짜리 첨생법 때문에 미래 의학의 희망인 재생 치료가 발전하지 못하고 또 엄청난 국부가 유출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번에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식약처 허가를 받지 못했어도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확인되면 심의를 받고 중대·희귀·난치 질환자 대상으로 치료를 허용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환자에게 비급여로 비용도 청구할 수 있게 했죠. 임상 연구 대상자는 기존 중대·희귀·난치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됐고요.
그렇다고 당장 병원에서 재생의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병의원이 치료 계획을 제출하면 심의위원회가 검토하고 승인해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이가 초미의 관심을 보여온 항노화(역노화) 예방·미용·성형 목적 치료는 제외됐고요. 환자가 모든 비용을 내야 하는 것도 부담 요인입니다.
이제 막 첫발을 뗀 한국이 헤매는 와중에 일본은 이미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012년 줄기세포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이후 줄기세포 연구에 박차를 가했죠. 재생 치료가 노령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가능성에 베팅하고 2014년부터 거의 모든 줄기세포 치료 시술을 허용했고요. 일본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시 기술이 발전하는 선순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은 201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임상실험을 수행하며 줄기세포 연구를 주도해왔지만 최근 10년 동안 소위 ‘암흑기’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번 첨생법 개정안이 다시 물꼬를 터줄 수 있을까요? 어쨌든 희망의 빛은 보입니다(p.50~55).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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