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취임식에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등 기업인들을 장관들보다 앞줄에 앉혔다. 기업을 관료보다 우선한다는 상징이다.
8년 전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전 엑손모빌 CEO),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전 골드만삭스 임원) 등 수많은 기업인을 중용했다.
본인 스스로 기업인인 그의 경제 정책은 무식하리만큼 단순 명료하다. 미국 내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기업인을 우대하며 기업의 적인 규제와 공무원을 배척한다.
외교 정책의 모든 각론이 ‘중국 제압’으로 귀결되듯, 경제는 ‘기업 육성’으로 수렴한다.
물론 국가는 기업과 다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GDP 29조달러(약 4경원)짜리 항공모함 미국이 트럼프 뜻대로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이 중시하는 ‘효율’이란 가치가 미국 DNA에 스며들 것이다. 미국이란 거인의 잠을 깨우는 자극임은 분명하다.
사실 경영학에서 쓰는 ‘전략(Strategy)’이란 말 어원은 본래 국가의 군사 책략을 뜻한다.
한 국가가 기업처럼 민첩하게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트럼프뿐 아니라 각국 리더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국가 경영에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주입하자는 연구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매일경제는 2002년 국민보고대회 ‘정치재창조 보고서’에서 이런 논의를 했다.
2002년 한국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겹친 해였다. 청와대와 국회를 한번에 일신할 기회였다.
‘더 효율적인 국가 지배구조’를 만드는 전략을 주제로 삼았다. 우리 헌법상의 정치구조는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제다. 국가의 틀을 만드는 입법부가 중요한데 정파 간 이해관계로 번번이 역할을 못했다. 당시 유수의 정치학자, 경제학자, 컨설턴트 등이 참여해 보고서를 냈다. ‘G10 이사회’ ‘국회판 KDI’를 비롯한 몇몇 제안이 결과물이다.
요약하자면 정쟁 구도에서 미래 비전이 상실되는 폐해를 막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지배구조를 벤치마킹하자는 제안이었다. 최소한 국가의 내일을 고민하는 민관합동 플랫폼은 필요하다는 결론이 포함됐다.
사실 ‘기업을 닮은 국가’ 그리고 ‘기업 중심의 국가 발전’ 원조는 한국이다. 기업을 경영하듯 효율을 중시해 국가를 운영했고 삼성, 현대, LG, SK 등 기업들이 성장을 이끌어 역사에 남았다. 기업가 정신의 도전, 신속한 의사결정, 고용을 통한 사회 기여, 정부의 전폭적 지원 등은 지금 트럼프가 외치는 구호와 비슷하다.
기업의 효율성을 국가에 주입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명확한 비전 설정이다. 그리고 ‘목적의 힘’을 발휘하려면 ‘미션 스테이트먼트’는 단순해야 한다. 트럼프가 과도하리만큼 선명한 메시지로 기업을 내세우고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확실한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복안일 것이다.
한국의 다음 세대가 살길 역시 단 하나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같은 도전적인 창업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국가 지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트럼프 취임식을 보자. 머스크, 베이조스, 저커버그는 각각 54세, 62세, 42세로 20세 안팎에 창업했다. 최근 중국 AI에 쇼크를 준 딥시크의 창업자도 41세다.
한국은 70년 전 창업한 기업들에 여전히 기대고 있다. 창업과 기업 활동이 천국인 나라, 다시 한번 한국의 비전이 돼야 한다.

[주간국장 kim.seonkeo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5호 (2025.02.05~2025.02.11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