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이라면 스마트폰에 ‘트래블월렛’ 앱 하나쯤은 깔려 있을 확률이 높다. 트래블월렛 ‘트래블페이’ 카드의 누적 발급 건수가 750만건을 돌파했다. 환전 수수료와 해외 결제 수수료를 무료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이 카드는 이제 명실상부한 해외여행의 ‘필수템’이 됐다. 2018년 설립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트래블월렛은 누적 결제액 5조원을 돌파하며 ‘천억클럽’을 넘어 글로벌 금융 솔루션 강자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트래블월렛은 어떤 회사
‘수수료 제로’ 혁신으로 승부
트래블월렛은 외환 전문가인 김형우 대표가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김 대표는 경제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국제금융센터,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외환 업무를 담당하며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소비자가 겪는 해외 결제 불편함을 직접 경험했다. 김 대표는 기존 금융 시스템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하고, 소비자가 높은 수수료와 불투명한 환율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제의식에서 트래블월렛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IT·서비스 산업 전환과 글로벌 경쟁력을 통한 국부 창출이라는 비전도 창업 배경에 담았다.
트래블월렛의 핵심 서비스는 ‘트래블페이’ 카드다. 앱을 통해 실시간 환율로 원하는 외화를 충전하고 해외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카드처럼 사용하는 ‘외화선불식 충전카드’ 방식이다. 특히 환전, 해외 결제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여행 후 남은 외화도 수수료 없이 원화로 재환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런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은 기술적 효율성 덕분에 가능했다. 트래블월렛은 IT 인프라를 100% 클라우드상에 구축해 운영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했다. 또 정산 과정을 자동화하고 단순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비자(VISA)와 같은 국제 카드 브랜드와 직접 연결하고 자체 외환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간 비용을 줄였다.
김형우 대표는 “기존 금융의 비효율성을 기술로 개선하고, 절감된 비용을 고객 혜택으로 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중심’ 개발 철학
‘ATM 발급’ ‘N빵 결제’ 탄생 배경
트래블월렛 성장의 또 다른 핵심 동력은 ‘고객 중심’ 개발 철학이다. 김형우 대표는 “기존 금융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우리는 고객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당일 발급 서비스’다. 해외여행 직전 카드가 필요하거나 분실한 경우 배송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달라는 고객 요청에 따라 개발됐다. 현재 전국 600여곳의 GS25 편의점 ATM에서 앱 신청 후 1~2분 만에 카드를 즉시 발급받을 수 있다. 2025년 1분기 전체 발급량의 50%가 당일 발급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여세를 몰아 트래블월렛은 연내 1000곳까지 발급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특허 출원까지 진행 중이다.
여행객의 또 다른 불편함인 모임 비용 정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된 ‘N빵 결제’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대표자가 한 번 결제하면 사전에 등록된 모임원 계좌에서 자동으로 분할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으로, 사후 정산의 번거로움을 없앴다. 이 기술은 지난해(2024년) 5월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일본, 대만, 유라시아 등지에서도 특허를 획득했고 미국, 멕시코 등 20개국 이상에서 출원 중이다. 여행 동행자를 찾고 소통하는 ‘소셜페이’ 기능 역시 고객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다.


폭발적 성장세에 투자 몰려
누적 750만건 발급, 결제액 5.4조
트래블월렛은 혁신적인 서비스와 고객 중심 개발 덕분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트래블페이 카드는 누적 발급 건수 750만건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액은 5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4년 10월 기준 누적 발급자 630만명, 연간 이용액 2조원에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다.
이런 성과는 국내외 투자자 러브콜로 이어졌다. 2020년 시리즈A(75억원), 2021년 시리즈B(188억원), 2023년 시리즈C(197억원) 등 주요 라운드를 거치며 탄탄한 투자자 기반을 확보했다. 시리즈B에는 산업은행, 한화투자증권 등 대형 금융사들이 트래블월렛 서비스와의 협업 가능성을 보고 투자에 참여했다. 금융 시장 위축기였던 시리즈C 시기에도 목표 금액 대비 3배 이상 수요가 몰릴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720억원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유수의 VC인 라이트스피드벤처스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2024년 6월). 이는 라이트스피드의 첫 한국 기업 투자 사례로 의미가 크다. 트래블월렛이 신규 자금 조달이 그다지 급하지 않았기에 라이트스피드가 기존 주주 지분을 매입(구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라이트스피드 관계자는 “트래블월렛 팀의 외환·결제 기술 전문성, 그리고 B2C를 넘어 B2B 영역으로 확장하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월렛’ 향한 여정
B2B 솔루션·글로벌 진출 가속
트래블월렛은 단순한 해외 결제 카드를 넘어 ‘디지털 월렛(Digital Wallet)’으로 진화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형우 대표는 “다양한 국가의 통화는 물론, 디지털 자산이나 여러 디지털 결제 수단까지 담을 수 있는 멀티 지갑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근 CJ ONE과 결제 제휴를 맺는 등 국내 사용처 확대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료 환전 카드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사업 구상 단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지불결제 B2B 솔루션 사업을 염두에 뒀다”며 “현재 국내외 금융사와 협력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BC카드와의 협력을 통한 해외 QR 결제 사업, 확보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자동화, 신사업(보험, 오류 수정 솔루션 등) 개발,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지불결제 프로세싱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일본 법인 설립(2024년 6월)과 해외 특허 출원을 확대하는 등 K핀테크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트래블월렛은 B2C와 B2B 사업의 동반 성장을 통해 글로벌 지불결제 인프라 시장에서 ‘K-TSMC’와 같은 독보적인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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