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37] 국내외 여러 가지 위기 이슈로 인해 창업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일부터 3일 동안 코엑스에서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물론 예비 창업자들의 도전 의욕까지 위축시키는 경제 상황에서 창업 시장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을까.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진출이었다.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도 장수 브랜드는 물론이고 신생 브랜드들도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박람회장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하남돼지집의 경우 해외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외 10호점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PIK점을 오픈했는데 이 매장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남돼지집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연간 100억원의 매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찜닭 전문 브랜드 두찜도 ‘K-찜닭’을 슬로건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두찜은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등 아시안 지역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오픈한 두찜 베트남 다낭점의 경우 한국에서 가맹점을 오래 한 사업가가 베트남에 추가로 매장을 오픈한 이례적인 사례기도 하다. 두찜 가맹점주의 베트남 매장 오픈은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해당 사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가맹 점주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맹점이 많을 경우 가맹점 사업자들도 다양한 커리어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업이나 상사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해외 매장을 오픈할 수 있다. 이는 가맹점 사업자들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브랜드가 해외에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진출할 경우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현지에서 품질이나 서비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현지 실정에도 밝고, 브랜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가맹점주라면 그런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닭강정 대표 브랜드인 가마로강정도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마로강정은 해외 진출을 위해 대학과 연계해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있으며 오는 4월 13일 개막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한국관에 있는 상업시설에 가마로강정과 신규 브랜드인 치코버거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주관해서 운영하는데 가마로강정은 매장 운영을 통해 매콤달콤한 가마로강정만의 독보적인 맛과 치킨에 한국의 정서를 담은 치킨 컵밥을 통해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성이 쉽지 않은 주점 분야에서 장수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펀비어킹’을 운영하고 있는 펀앤아이의 경우 회사가 운영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통합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이색적인 방법으로 해외 바이어들의 눈길을 모았다. 펀앤아이는 펀비어킹 외에도 떡볶이 브랜드인 ‘빨강다람쥐’, 족발 전문 브랜드인 ‘족슐랭’, 돼지고기 전문점인 ‘천통(구 돼지대첩)’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개별 브랜드의 해외 진출은 물론이고 해외 마스터 프랜차이즈가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현지 출시하도록 하면서 브랜드 시너지를 높이는 독특한 전략으로 눈길을 끈다.

펀앤아이는 미국과 캄보디아에서 총 3건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는데 펀앤아이의 브랜드 도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사업가들은 서울 양재동에 밀집되어 있는 펀앤아이의 다양한 업종의 직영매장을 방문해 보고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도 펀앤아이는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브랜드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스마트 기술을 통해 자동화하면서 해외 진출 동력을 찾는 브랜드도 있다. 고피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피자는 1인 피자라는 혁신적인 상품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지만 조리 자동화 라는 스마트 전략으로도 호응을 얻고 있다. 고피자는 한국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128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태국에서 태국 재계 1위 CP그룹과 손을 잡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고피자는 AI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활용해 피자 조리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균일한 피자 맛을 유지할 예정이다.
창업과 프랜차이즈 업계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을 돌파하려면 해외 진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브랜드 전략에 따라서 해외 진출 방법은 다양하다. 먼저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접 진출하거나 브랜드 운영에 능숙한 직원이나 가맹사업자를 통해 직접 창업하는 방식이 있다. 만약 이런 방법이 어렵다면,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유통업체와 제휴해 숍인숍 형태로 들어가는 방식도 자주 시도된다 현지 유능한 사업가에게 마스터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주는 경우 또한 최근 늘어나면서 해외 진출 방식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중요한 것은 해외 진출이 회사의 연혁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장식품이 돼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연한 계기로 해외 진출을 기회를 만들 수는 있으나 해외 사업을 성장시키려면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진심과 혼을 담지 않은 분야는 반짝 성공은 가능하나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체 규모와 중요성을 감안할 때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한 적이 없다. 주로 가맹점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규제에만 열을 올리는 편이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시장은 비슷한 분야에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만큼은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적자생존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국내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 관점에서 보면 1970~8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또한 미국의 중요한 수출품 중 하나였던 것처럼 해외로 진출하는 K-프랜차이즈는 해외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프랜차이즈가 개척한 시장을 IT 산업은 물론 소스 등과 같은 간편식 식품, 심지어 가구나 K콘텐츠 수출까지도 가능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1만개가 넘는 브랜드 가운데 가맹점이 10개 이내인 비율은 무려 72.7%에 달했다. 정치인들이 대형 프랜차이즈를 ‘악의 꽃’처럼 여기는데 비하면 가맹점 100개 이상 규모를 갖춘 브랜드는 4%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점 수 1000개 이상도 아니고 몇 백개 가맹점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가맹 본부는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에서 살아남은 중규모 프랜차이즈의 해외 진출에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특히 박람회 참가비 지원이나 상표 등록, 법률적인 자문 등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