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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날 없는 롯데그룹...그나마 햄버거·커피는 효자?

박수호 기자
입력 : 
2025-04-06 14: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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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외식 부문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롯데GRS가 있다. 이 회사는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등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력이다.

롯데GRS가 최근 실적 호조를 보이며 그룹 내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햄버거와 커피를 앞세워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3년 매출 9242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기록한 롯데GRS는 2024년에는 매출 9954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약 7.7%, 영업이익은 무려 88%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21년 매출 6757억원까지 떨어졌던 암흑기를 딛고 7년 만에 매출 1조 원에 근접하며 ‘1조 클럽’ 재입성을 눈앞에 뒀다. 이는 롯데그룹 내에서 흔들리는 다른 사업 부문과 대비되는 성과로, 롯데GRS가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롯데리아 매장. 수익성 강화와 함께 성장세를 보였다.(롯데리아 제공)
지난해 새롭게 단장한 롯데리아 매장. 수익성 강화와 함께 성장세를 보였다.(롯데리아 제공)

롯데GRS 실적 선방 배경은?

롯데GRS는 롯데그룹의 외식 전문 계열사로 1979년 국내 최초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 소공점을 오픈하며 외식 산업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 다양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롯데리아를 중심으로 한 패스트푸드 사업과 공항, 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는 컨세션 사업이 주력이다.

롯데GRS의 실적 호조는 롯데리아의 부활에서 비롯된 공이 크다. 대표 브랜드 롯데리아는 매장 리노베이션과 신메뉴 출시, 그리고 푸드테크 도입으로 고객 발길을 되돌리며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경쟁이 치열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가격 대비 품질을 강조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데리버거’ 같은 인기 메뉴와 할인 행사가 소비자 호응을 얻으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했다.

롯데리아는 매장 수익성 강화를 위해 ‘리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재오픈한 매장들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성과를 입증했다. 대표적으로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은 지난해 2월 기존 단독 매장에서 크리스피크림 도넛과 복합 매장으로 리뉴얼을 진행했다. 이곳은 패티 조리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하며 효율성을 높였고 그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고객수는 13%, 매출은 10% 증가했다. 숙대입구역점, 신림역점, 강릉교동점도 지난해 3~5월 순차적으로 인테리어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며 고객수와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특히 신림역점은 고객수 25%, 매출 22% 증가라는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점포 효율화도 롯데리아의 선전을 뒷받침한다. 가맹점과 직영점을 포함한 점포 수는 2020년 1330개에서 2022년 1299개로 줄었지만, 점포 면적 당(3.3㎡) 평균 매출은 2020년 1315만원에서 2022년 1522만원으로 증가했다. 점포 수는 감소했지만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컨세션 사업과 엔제리너스도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탰다. 공항, 병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에서 다수의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고, 엔제리너스는 베이커리 특화 점포 도입으로 커피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차우철 대표 체제 하에서 추진된 경영 효율화와 브랜드별 강점 극대화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며 영업이익이 2024년 391억원으로 급증했다.

나폴리맛피아와 신규 메뉴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변화를 도모하는 롯데리아(롯데리아 제공)
나폴리맛피아와 신규 메뉴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변화를 도모하는 롯데리아(롯데리아 제공)

해외로 뻗어나가는 롯데리아

롯데GRS의 사명 중 GRS는 ‘Global Restaurant Service’의 약자로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어에 따라 롯데GRS는 그동안 직진출 또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왔다. 참고로 직진출은 본사가 해외에 지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 마스터프랜차이즈는 현지 파트너사에 브랜드 사용 권한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롯데GRS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 시장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1998년 직진출 방식으로 첫 매장을 개점하며 진출했다. 현재 2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현지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직진출의 장점을 살려 국내 대표 메뉴에 베트남 외식 문화를 접목한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반면 인도네시아(2011년), 미얀마(2013년), 캄보디아(2014년), 라오스(2016년), 몽골(2018년) 등은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며 시장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GRS는 2023년 10월 미국 법인(Lotteria U.S. Corporation)을 설립하며 직진출 방식으로 북미 시장 진입을 준비했다. 이를 위해 2024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외식박람회 ‘NRA 쇼’에 참가해 ‘불고기 버거’, ‘리얼불고기 버거’,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 등을 관람객과 바이어에게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차우철 대표가 직접 시식회를 이끌며 북미 진출 의지를 강조했다. 첫 매장은 2025년 상반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오픈할 예정이다. 한국식 버거인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등을 현지화해 K버거 인지도를 높여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전략이다.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NRA 쇼에 참가한 롯데리아.(롯데GRS 제공)
지난해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NRA 쇼에 참가한 롯데리아.(롯데GRS 제공)

‘차우철 매직’...극복해야할 과제는?

2020년부터 대표에 올라 롯데GRS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는 차우철 대표. 지난해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해외 진출에서 긍정적 신호가 있지만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또 다른 과제는 신규 브랜드 안착이다. 2024년 롯데GRS는 24년 만에 신규 브랜드 ‘쇼콜라 팔레트(Chocolat Palette)’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프리미엄 수제 초콜릿 디저트를 선보이는 매장으로 2024년 3월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에 1호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자리 잡으려면 시간과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국내 시장의 포화와 인건비, 원자재 비용 상승 등 외부 변수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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