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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세포 합성...세계 첫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 [국회 방청석]

조동현 기자
입력 : 
2025-04-05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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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안 본회의 의결
국가 차원 합성생물학 육성·안전관리 규정 마련
국무회의 의결 거쳐 1년 경과 뒤 내년 중 시행
4월 2일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4월 2일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합성생물학’을 육성하기 위한 법이 세계 최초로 제정돼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는 합성생물학 분야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합성생물학 육성법 제정안이 가결됐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9월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후 3월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3월 26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거쳤다.

합성생물학은 AI·빅데이터 등 디지털과 바이오가 융합한 첨단바이오 분야의 대표 기술이다. 쉽게 말해 DNA, 세포 등을 새롭게 설계하거나 합성하는 기술로,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약물이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백신 개발부터 기후위기 대응까지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평가된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나 1980년대 일라이릴리사의 인슐린 대량 생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2030년까지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가 최대 48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시기 맥킨지가 추정한 반도체 시장 규모 1조달러(약 1400조원)의 3배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관련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이유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5년마다 합성생물학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또 합성생물학 발전협의회를 설치하고, 정책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하고, 산학연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거점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 베타시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 베타시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특히 정부는 연구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인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운영할 수 있고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게 된다. ‘세포 공장’이라고도 불리는 바이오파운드리는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바이오 R&D 과정을 자동화하고 고속화하는 시스템으로, 합성생물학 연구의 필수 기반 시설이다. 표준화와 전문인력 확보, 국제 협력 추진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합성생물학 발전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개발 지침, 안전 관리 체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이해도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필요한 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사업을 본격화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이후, 합성생물학 관련 R&D를 총괄할 특화 연구소를 지정할 예정이다. 이번 법률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R&D를 촉진하고 국제 협력과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친 뒤 1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법률 제정을 계기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합성생물학 분야에 국가적 방향성과 전략을 부여한 이정표가 마련됐다”며 “정부는 하위법령 제정과 각종 시책·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수진 의원은 “합성생물학은 기후변화 대응, 식량 안보 확보 등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규제 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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