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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골의 진화…절반 가격에 더 리얼한 스크린 [시니어는 지금 파크골프 앓이 중]

정다운 기자
입력 : 
2025-04-04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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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 하남면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화천군 제공)
강원 화천군 하남면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에서 사람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화천군 제공)

# 70대 이명구 씨는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파크골프 동호회를 찾는다. 서울 집 근처에 파크골프장이 있지만 이곳은 매달 오픈과 동시에 한 달 치 예약이 마감돼 성공해본 적은 거의 없다. 아예 동호회를 통해 경기·강원 등 서울 근교 파크골프장을 단체 예약하는 편이 낫단다. 최근 거금 200만원을 들여 맞춤 파크골프채도 하나 장만했다. 이 씨는 “정년퇴직 이후 골프가 부담스러워 완전 손놓고 있었는데, 파크골프는 이용 요금도 저렴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기고 있다”며 “골프를 한 번도 친 적 없는 동창 친구들도 파크골프에 입문해 즐겁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park golf)’ 시장이 부쩍 커졌다. 골프와 비슷하지만 나무로 만든 채 하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이용료도 훨씬 저렴해 장년·노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노인 건강 증진, 방문객 유치를 목적으로 파크골프장 조성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도 여전히 예약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스크린 파크골프까지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파크골프는 쉽게 말해 일종의 ‘미니 골프’다. 골프와 게이트볼의 중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경기 방식은 골프보다 간단하다. 최대 14개의 채를 들고 18홀을 4~5시간가량 도는 일반 골프와 달리 파크골프는 훨씬 짧은 18홀을 전용 채 하나만 들고 돌기 때문에 1~2시간이면 라운딩이 끝난다. 공(직경 6㎝·무게 600g)은 일반 골프보다 크고 무겁지만 애초에 멀리 굴려야 하는 공은 아니다. 한 홀 길이는 40~100m로 짧다. 출발 지점(티박스)에서 홀컵을 향해 공을 치며, 최종 코스까지 가장 적은 타수로 마무리한 사람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일반 골프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게임 한 번에 3000~1만원 정도 요금만 내면 돼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그린피만 수십만원인 골프와는 차원이 다르다. 야외에서 잔디를 밟으며 즐길 수 있고, 체력 소모가 적고 부상 위험도 거의 없는 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적당한 운동량을 채울 수 있다 보니 50~60대에 접어들면서 시작하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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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인구 100만 시대 성큼

장·노년층 사이에서 알음알음 인기를 끌면서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1700명에 그쳤던 파크골프 회원 수는 2020년 말 4만5000명으로, 지난해 말엔 18만명을 넘어섰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전국 파크골프 인구가 50만명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파크골프 인구가 늘다 보니 지자체들은 그들대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를 강화했다. 예산은 적잖게 들지만 주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에 부합하고 “파크골프장을 더 지어달라”는 민심 잡기에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강원 화천군 하남면의 화천산천어파크골프장은 동호인 사이에서 ‘파크골프의 성지’로 통한다. 북한강 수변에 조성돼 쾌적한 환경에서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어서다. 최근 3년여간 이곳 누적 방문객은 1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만 화천 인구(약 2만2000명)의 20배 훌쩍 넘는 50만여명이 파크골프를 치기 위해 화천군을 다녀갔다. 지난 2월 열린 ‘2025 시즌 오픈 전국 파크골프 대회’에는 예선 기간을 포함해 전국 각지 2000여명의 선수단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대구 군위군은 예산 180억원을 투입해 의흥면에 180홀 규모 ‘군위군 파크골프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소도시에도 한 해 수십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파크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전국 226곳이던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말 기준 361곳까지 늘었다. 이후 3개월도 채 안 돼 50곳이 더 늘어 올 3월 기준으로는 전국 411곳이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을 합쳐 영남권에만 44.8%(184곳)가 몰려 있고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권에도 66곳의 파크골프장이 있다. 서울·경기·인천(61곳)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강원도에는 37곳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있다.

실내에서도 저렴한 금액으로 스크린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파크야’ 스크린 파크골프 플레이 모습. (파크야 제공)
실내에서도 저렴한 금액으로 스크린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다. 사진은 ‘파크야’ 스크린 파크골프 플레이 모습. (파크야 제공)

스크린 인기…수백만원 채까지 등장

파크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 수요를 겨냥한 비즈니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스크린 파크골프장이다. 오프라인 파크골프장은 쾌적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무더위나 한파, 우천 등으로 1년 중 절반만 운영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나마도 자리가 많지 않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땅값이 비싼 서울은 파크골프장이 13곳밖에 안 돼 경쟁이 더 치열하다. 이 때문에 일본, 베트남, 태국으로 원정 파크골프 패키지가 생겼을 정도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파크야’ ‘GTR’ ‘마실’ 등 업체들은 실내에서도 1~4인이 파크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 운영 방식이나 시뮬레이션 장비는 스크린골프장으로 유명한 ‘골프존’ ‘카카오VX’와 비슷하지만 파크골프에 맞는 전용 코스 설계, 게임 규칙, 게임 장비, 인테리어가 갖춰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스크린 파크골프 브랜드 ‘파크야’의 경우 지난해 말 판매를 시작한 이후 벌써 전국 7개 지점에 시뮬레이션 시스템 95개가 납품을 마쳤다. 파크야는 25년간 스크린골프 시스템을 개발해온 알바트로스가 만든 스크린 파크골프 브랜드다. 파크야를 판매하는 이재갑 스크린파크 대표는 “일반 스크린 골프장보다 기기 한 대당 필요한 면적이 작고, 창업 비용도 기기당 35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며 “포화 상태인 스크린 골프 대신 스크린 파크골프를 창업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파크골프 용품 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됐다.

통상 파크골프채는 헤드 부분이 나무로 제작돼 일반 골프채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30만~40만원대 골프채가 가장 일반적이고 20만~30만원대 저렴한 채도 있다. ‘미즈노’ ‘혼마’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일본 브랜드 채가 60만~70만원대다. 반면 헤드를 제외한 샤프트(골프채의 기둥 부분)의 탄성이나 각도, 디자인을 맞춤 제작하면 100만~200만원이 넘어가는 게 예삿일이다. 금 한 돈이 들어 있어 500만원까지 가격이 급등하는 채도 있다. 파크골프 공의 경우 1구에 2만5000원 수준으로 비싼 편인데 이 역시 취향에 맞게 색과 디자인을 적용해 구매하는 골퍼가 많다.

한 파크골프 용품 업체 운영자는 “처음에는 보급용 채로 파크골프에 입문했다 점점 취미를 붙이면서 ‘나만의 장비’에 과감히 투자하는 시니어층이 많다”고 귀띔했다. 강형모 대한파크골프협회장은 “파크골프장이 여럿 생겨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조만간 ‘파크골프 인구 100만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지금은 시니어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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