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검찰이 적용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지 약 1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합리적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 쟁점 사항에 대해 차례로 판단한 뒤 검사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ㆍ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합병 비율 왜곡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장부 조작 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인 ‘프로젝트 지(G)’를 수립하고 최소 비용으로 이 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했다며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3년 5개월에 이르는 심리 끝에 이 회장의 19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의 상고 가능성이 있으나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1ㆍ2심 판결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법률심’인 만큼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이 지난 4년 5개월 동안 손발을 묶었던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털어내며 삼성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