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당합병·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8년간 재판정을 드나들었던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 수순에 접어들며 ‘뉴삼성 전략’에도 본격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일 오후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판결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원심의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날 선고에서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관련 판단이 변수로 꼽혔다. 지난해 2월 1심 법원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지만, 같은해 8월 서울행정법원 판단은 달랐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 제재는 취소해야 한다”면서도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재판부는 “일부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했다”면서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로직스의 경제적 실질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2014 회계연도의 콜옵션 공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행사되면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는다는 사실이 주요 위험이라고 공시했어야 본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보고서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작됐다”는 내용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 역시 원심과 같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의 부당합병 혐의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까지 무죄가 나오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 아니냐는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이 밝혔던 청사진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굴지의 위탁개발생산(CDMO) 제약사로 올라섰다.
해당 합병이 자본시장법이 정한 합병비율을 준수한 데다 주주총회에서도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는 점에서 절차적으로 적법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또한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경제적 실질에는 변함이 없었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했음에도 이를 근거로 총수를 기소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