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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몬·탬버린즈·누데이크 만든 ‘미다스의 손’ [화제의 기업]

반진욱 기자
입력 : 
2024-12-19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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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이컴바인드

아이웨어 ‘젠틀몬스터’, 화장품 ‘탬버린즈’ 그리고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분야도, 창업 시기도 완전히 다른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2개다. 하나는 한국과 중국 MZ세대로부터 열띤 지지를 받는다는 점. 서울은 물론 베이징과 상하이 등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들 매장은 늘 젊은이로 북적댄다. 다른 하나는 운영하는 회사가 같다는 것이다. 바로 ‘아이아이컴바인드’다.

젠틀몬스터는 매장에 제품보다는 각종 오브제를 채워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치 전시회에 온 듯한 느낌을 줘, 공간 방문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사진은 베이징 SKP-S 백화점 내 젠틀몬스터 매장 전경. (반진욱 기자)
젠틀몬스터는 매장에 제품보다는 각종 오브제를 채워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치 전시회에 온 듯한 느낌을 줘, 공간 방문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사진은 베이징 SKP-S 백화점 내 젠틀몬스터 매장 전경. (반진욱 기자)

아이아이컴바인드 어떤 기업?

김한국 대표 설립, 年 매출 6000억원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뿌리는 ‘영어교육 업체’다. 창업자 김한국 대표는 국내외에서 어학원, 영어교육 캠프 사업을 진행하던 회사 ‘캠프코리아닷컴(현 씨케이글로벌파트너스)’에서 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2011년, 각종 교육 규제로 회사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캠프코리아닷컴은 신사업 공모전을 열었다. 이때, 김 대표가 제출한 아이웨어 사업 제안이 발탁됐다. 자본금 5000만원을 지원받은 김 대표는 아이아이컴바인드를 설립,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자체 디자인한 안경테를 안경원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매출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입점을 목표로 하던 매장 몇 군데서 거절을 당하면서, 김 대표는 단순 납품 사업의 한계를 절감했다. 브랜드 자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 브랜드만을 위한 매장을 갖기로 결심한 그는 매장 확보에 매진했다. 2013년, 서울 논현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 현대미술 전시관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인테리어 덕분에 논현동 매장은 순식간에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서서히 부상하던 젠틀몬스터는 2014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전지현이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착용하면서다. ‘전지현 선글라스’라는 소문이 퍼지며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찾는 손길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입지를 굳힌 젠틀몬스터는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영국·홍콩 등 해외 시장에 연달아 진출하며 사업을 키웠다.

제품보다 더 화제를 모은 것은 매장 구성이다. 제품보다는 각종 미술 작품을 더 많이 배치해 마치 전시회나 극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2016년 뉴욕타임스는 젠틀몬스터 뉴욕 매장을 두고 ‘극장 같다’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다. 독특한 브랜드를 원하는 중국 MZ세대를 정확히 겨냥, 한한령과 궈차오 열풍마저 비켜 가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3년에는 베이징의 명동으로 불리는 ‘싼리툰’ 거리 한복판에 매장을 내놨다. 과거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가 있던 자리다. 약 400평에 달하는 대형 매장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고. 지난해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2200억원에 달한다.

젠틀몬스터가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든 뒤, 김 대표는 다음 사업으로 화장품을 택했다. 구상을 마친 뒤 2017년 ‘탬버린즈’ 브랜드를 본격 공개했다.

‘탬버린즈’ 역시 ‘젠틀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매장 구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탬버린즈 쇼룸은 제품보다는 각종 미술 작품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화장실을 쇼룸 중간에 배치하는가 하면 거대한 동물 형상을 가져다 두는 식으로 다른 화장품 매장과 차별을 줬다.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꼭 찾아야 할 명소로 탬버린즈 매장을 꼽을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매출 역시 승승장구했다. 2021년 279억원 수준이었던 아이아이컴바인드 화장품 부문 매출은 2023년 1174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2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뒤 2020년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를 내놓으며 3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누데이크는 새로운(New), 다른(Different), 케이크(Cake)’의 줄임말이다. 이름대로 기존 디저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에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맛, 가격 등에 집중한 F&B 브랜드와 달리, 누데이크는 ‘비주얼’에 공을 들였다. 평소 보기 힘든 파격적인 디자인의 빵을 선보이며 단숨에 SNS를 뒤흔들었다.

세 브랜드의 질주에 힘입어 아이아이컴바인드 매출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5년 572억9500만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6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넘겼다. 2020년 1조원을 넘겼던 기업가치도 치솟은 상태다. 현재 투자업계서 예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기업가치는 3조원에 이른다.

최근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동, 신사동, 한남동 일대 부동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은 하우스 도산 건물 전경. (아이아이컴바인드 제공)
최근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동, 신사동, 한남동 일대 부동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은 하우스 도산 건물 전경. (아이아이컴바인드 제공)

막대한 현금으로 ‘부동산 공략’

기업공개는 여전히 미지수

최근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집중하는 분야는 ‘부동산 투자’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서울 시내 주요 상권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패션·뷰티 중심 상권을 선점, 공간 브랜딩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주요 공략지는 성수동, 한남동 그리고 신사동이다. 2018년 신사옥을 짓기 위한 목적으로 성수동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해당 필지에 현재 신사옥을 건설 중이다.

2023년 11월과 올해 3월에는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 건물 2곳을 연달아 사들였다. 두 건물 가격을 합치면 625억원에 달한다. 평당 2억8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어 6월에는 한남동 일대 토지를 375억원에 매입했다. 10월에는 ‘하우스 도산’이 입점해 있는 건물을 686억원에 구입했다. 평당 3억50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지불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가 투자한 세 곳은 모두 서울 내에서 가장 ‘힙’한 상권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성수동은 ‘팝업의 성지’라 불릴 정도로 온갖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는 슈프림, 스투시, 준지 등이 잇따라 매장을 열며 3040세대의 새로운 패션·뷰티 중심지로 떠올랐다. 한남동은 메종 마르지엘라, 준바이준케이 등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가 포진해 ‘2030의 패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간 경험을 극대화한 전략으로 성장을 이어온 만큼, 유망 상권을 선점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성수동 신사옥 부지는 토지 시세가 매입가 대비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6년부터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자본이 부족하던 시기,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모색했지만, 젠틀몬스터가 급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금이 충분히 쌓인 만큼 무리하게 기업공개를 할 이유가 사라졌다. 2023년 말 기준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354억원에 달한다. 일부 재무적투자자(FI)의 압박에 못 이겨 IPO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돌았지만, FI들이 장외 시장에 구주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틀면서 상장 논의는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9호 (2024.12.18~2024.12.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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