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두 퍼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황유민·임희정 등 제로 토크 퍼터로 교체
박혜준은 2025시즌부터 롱 퍼터 사용해
두 퍼터로 교체 고려하는 선수는 30여명
사용률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도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김효주, 김아림, 노예림 등을 보고 두 퍼터에 관심을 보이는 KLPGA 투어 선수들이 크게 늘어났다.
6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2025시즌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황유민, 임희정, 박혜준 등이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를 들고 나왔다. 테스트를 하고 있거나 교체를 고려하는 선수들을 포함하면 30명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LPGA 투어에서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몇몇 대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 사용률은 0%였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두 퍼터의 효과가 LPGA 투어 등 해외 투어 선수들을 통해 증명되면서 사용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KLPGA 투어 선수 중에서 제로 토크 퍼터로 바꾼 대표적인 선수는 황유민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KLPGA 투어 2025시즌 출전권을 갖고 있는 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시즌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 설문조사에서 황유민은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실력자다. 올해 위메이드 대상과 상금왕 유력 후보로 꼽힌 그는 국내 개막전에서 제로 토크 퍼터를 사용했다.
황유민이 제로 토크 퍼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1라운드를 하루 앞둔 지난 2일이었다. 연습 라운드를 치른 뒤 제로 토크 퍼터가 낫다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캐디백에 집어넣었다.
황유민은 “김효주 언니가 제로 토크 퍼트로 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한 번 쳐봤는데 느낌이 정말 좋았다. 2m 이내 짧은 거리에서 퍼트를 할 때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당분간은 제로 토크 퍼터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퍼터는 프로 골퍼들이 가장 교체하지 않는 클럽 중 하나다. ‘퍼트는 돈’이라는 골프계 격언이 있을 정도로 선수들의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클럽이기 때문이다. 어드레스 때 불편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퍼트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KLPGA 투어를 포함해 대부분의 프로 골퍼들은 퍼터를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에는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린 위에서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는 프로 골퍼들은 마지막 돌파구라는 생각으로 퍼터를 교체하고 있다. 한 클럽 브랜드 관계자는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에 관심을 보이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개막전을 앞두고 제로 토크 퍼터를 주문한 선수들이 20명이 넘는다. 다른 클럽 브랜드에서도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하반기에는 제로 토크 퍼터와 롱 퍼터 사용률이 얼마나 늘어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프로 골퍼들이 제로 토크 퍼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 퍼터보다 직진성이 좋기 때문이다. 퍼터에서 토크는 헤드가 샤프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토크가 있는 퍼터는 스트로크 과정에서 헤드가 열리거나 닫히게 된다.
제로 토크 퍼터는 헤드 중심축에 샤프트를 꽂아 토크가 없도록 만들어졌다. 토크가 있는 일반 퍼터와 비교해 헤드 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스트로크만 제대로 하면 공은 목표 지점으로 굴러가게 된다.
제로 토크 퍼터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한 선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로 토크 퍼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동료가 사용하는 제품을 쳐본 뒤 생각을 바꾸게 됐다. 말 그대로 퍼터에 토크가 없어서 그런지 공이 똑바로 굴러갔다. 연습을 게속해서 하고 있는데 5월부터는 대회에서 사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KLPGA 투어에서도 롱 퍼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까지 롱 퍼터를 사용한 선수는 박혜준 밖에 없었지만 성능에 대한 확실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10여명의 선수들이 교체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롱 퍼터 역시 직진성이 가장 큰 강점이다. 그립의 한쪽 끝을 몸에 대지 않고 고정한 상황에서 시계추 원리를 이용하는 게 롱 퍼터다. 그동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월드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등 롱 퍼터의 도움을 받았던 남자 선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다수의 여자 선수들이 롱 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여자 선수들이 롱 퍼터 사용률이 늘어난 건 작년이다. 이민지와 노예림 등이 롱 퍼터를 들고 L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주문 제작을 하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KLPGA 투어 선수들은 올해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니지먼트계 한 관계자는 “2023년까지만 롱 퍼터를 주문해달라고 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라며 “주문 요청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노예림의 LPGA 투어 파운더스컵 우승 직후다. KLPGA 투어에서도 롱 퍼터를 사용해 우승하는 선수가 탄생하면 더 많은 선수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골프계 관계자들은 제로 토크 퍼터가 캘러미티 제인, 불스아이, 앤서, 투볼 퍼터 등 인기 퍼터 계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반짝 인기를 끌고 사라질 것이라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제로 토크 퍼터를 단기간의 유행으로 보고 있는 한 용품계 관계자는 “어드레스 때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골퍼들이 많지 않은 만큼 제로 토크 퍼터의 인기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보다 디자인이 개선되고 헤드의 크기도 작아졌지만 확실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