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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버리고 과감한 변신…다시 정상에 우뚝 선 김아림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
입력 : 
2025-02-05 06:00:00
수정 : 
2025-02-09 15:44:05

뉴스 요약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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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의 대표 선수 김아림이 LPGA 투어 2025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위신을 높이고 있다.

김아림은 퍼터를 교체하고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페이드 구질로의 변화도 성공적으로 이뤘다.

그는 우승 이후에도 지속적인 발전과 훈련을 강조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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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제패
나흘간 선두 내주지 않은 완벽 우승
작년 10월 시즌 중 새 퍼터로 교체
3개월 사이에 두 번 우승 감격 맛봐
스윙·퍼트 코치 3명에 트레이너 3명
실력 향상 위해 각 분야 전문가 영입
2주 전부터 주구질 페이드로 변화
더 발전하기 위해 곧바로 연습 매진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FP 연합뉴스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FP 연합뉴스

한국 여자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오랜 시간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에는 한국 선수들이 한 시즌에 15승씩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 여자골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은 3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통산 2승째를 올렸던 김아림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해서다. 2020년 12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3년 11개월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김아림이 3개월 사이에 2승을 차지한 만큼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다시 드높일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2016년 데뷔한 김아림은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2021년부터 미국에서 활약하게 된 그는 새로운 무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첫해 CME 글로브 포인트 47위를 차지했던 그는 매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해 10월까지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 바로 우승이다. 김아림은 몇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통산 2승째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맛보기 위해 고민에 빠진 김아림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했다.

데이터를 통해 퍼트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시즌 중 퍼터를 바꾸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퍼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랩골프 MEZZ 1를 캐디백에 넣은 김아림의 선택은 적중했다. 지난해 11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이 퍼터를 사용해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퍼트를 쏙쏙 집어넣은 그는 3년 11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게 됐다.

김아림은 “여러가지 퍼터를 테스트해봤는데 현재 사용하는 퍼터의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도 남달랐던 만큼 곧바로 퍼터를 교체했다. 3개월 사이에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데 새로운 퍼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따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새 퍼터와의 궁합이 좋았던 이유는 클럽 페이스 로테이션이 많은 김아림의 퍼트 스트로크를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김아림을 지도하는 최종환 퍼팅아카데미 원장은 “퍼트 스트로크에서 클럽 페이스 로테이션이 많은 김아림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로 토크 기술이 적용된 랩퍼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며 “헤드에 토크가 없는 만큼 퍼트 스트로크 내내 클럽 페이스가 목표 지점을 향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방향성과 일관성이 크게 향상돼 김아림의 퍼트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FP 연합뉴스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FP 연합뉴스

1타에 우승자가 결정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퍼트할 수 있도록 돕는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도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김아림은 2025시즌 시작에 앞서 최 원장과 함께 2주간 매일 3시간씩 그린 위에서 수백개의 공을 굴렸다.

최 원장은 “30cm로 시작해 5m가 넘는 거리까지 2주간 하루도 빠짐 없이 훈련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최종일에도 김아림이 자신 있게 퍼트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거리별 퍼포먼스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반복적으로 연습한 덕분에 김아림은 어떤 상황에서도 동일한 스트로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드로에서 페이드로 주구질을 바꾼 것도 김아림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를 따돌리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드라이버부터 웨지까지 모두 드로를 구사하던 김아림이 구질 변화를 택한 건 약 2주전이다. 2025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30야드 이내에서 샷 정확도를 높여야겠다고 판단한 그는 토니 지글러·조윤식 스윙코치와 함께 페이드 연마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2주간 130야드 이내 페이드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던 김아림은 주구질을 단기간에 바꾸는 데 성공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상대적으로 런이 많은 드로보다 공을 쉽게 세울 수 있는 게 페이드 구질인 만큼 김아림이 더 많은 버디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김아림은 “2025시즌 개막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변화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도전했다. 내 스윙을 지도하는 두 코치님이 옆에서 엄청난 도움을 주셨다. 그동안 왜 드로를 고집했을까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페이드 구질의 효과는 엄청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LPGA 투어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나는 데 김아림의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한몫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김아림은 현지에서 지글러 코치에게만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팀 김아림’의 구성원은 크게 늘어났다.

김아림은 한 단계 높은 골프를 하기 위해 스윙과 쇼트게임을 담당하는 조윤식 코치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세 명의 트레이너를 영입했다. KLPGA 투어에서 활약했을 때부터 퍼트 지도를 받고 있는 최 원장과 캐디 등까지 포함하면 팀 김아림의 숫자는 10명 가까이 된다.

김아림은 “지난해 US여자오픈 때부터 조윤식 코치님이 합류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지라 지글러 코치가 알려주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윤식 코치님이 합류한 US여자오픈 때부터 더욱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지컬 트레이닝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에게 받고 있다. 이전보다 더 세밀하게 관리를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는데 만족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 확실히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2025시즌 개막전 정상에 오르며 첫 단추를 잘 끼운 김아림은 계속해서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그는 “개막전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2주 전부터 연마하고 있는 130야드 이내의 페이드샷 완성도를 높이고 남은 시즌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곧바로 연습해야 한다. 좋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P 연합뉴스
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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