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
“진화한 AI 인류에게 위협”
![유발 하라리가 지난해 출간한 새 책 ‘넥서스’ [사진 출처 = 김영사]](https://pimg.mk.co.kr/news/cms/202503/18/news-p.v1.20250317.0f113c72421e4fe682b76589c7e4d1fe_P1.png)
“사실과 거짓을 판별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은 인공지능(AI)에 대항하는 기둥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가 AI 시대에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7일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진행된 하라리와 야마구치 도시카즈 요미우리신문 사장과의 대담을 보도했다. 하라리는 지난해 10월 출간한 새 책 ‘넥서스’ 홍보를 위해 최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며 강연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넥서스’는 정보의 역사와 속성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AI가 다른 기술과 달리 주체성과 독립성을 갖춘 ‘행위자’이기 때문에 인류에게 전에 없던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거시적 안목에서 조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축음기는 음악을 재생했지만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았다. 현미경도 세포의 비밀을 보여줬지만 신약을 합성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AI는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과학적 발견을 하는 행위자라는 것이 하라리의 시각이다. 특히 앞으로 수십 년 내에 AI는 유전 코드를 작성해 새로운 생명 형태를 창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대담에서도 하라리는 “AI를 인간의 도구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AI는 지구에 처음 출현한 비생물 행위자”라며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은행 융자의 가부를 판단하거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투에서 이스라엘에 공격 표적을 제시한 사례 등을 들며 “행정이나 기업 등 활동에서 인간을 대신해 판단하기 시작했다”며 “민주주의에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근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것은 정보통신 혁명으로 그 처음은 17세기에 등장한 신문이었다”며 “신문이 진위를 판별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의 대화를 촉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알고리즘 문제도 제기했다. 정보의 편향성을 일으키고 음모론이 확산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SNS의 뉴스를 편집하고 있는 것은 알고리즘”이라며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SNS 이용자 수 확대에만 신경 쓰고 게이트키퍼(문지기)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SNS가 정보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신문으로부터 빼앗고 있다”며 “인간이 편집하는 신문은 알고리즘 문제가 없기 때문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덧붙였다.
하라리는 AI의 위협을 줄이는 방법으로 SNS 기업에 자사의 알고리즘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하거나 AI를 감시해 실태를 공표하는 국제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 사회가 AI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 세계 각국은 AI 규제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포괄적 AI 규제법을 제정한 유럽연합(EU)은 올해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기술 수준이 높은 AI일수록 규제 폭을 넓히고, 법 위반 시 매출액의 최대 7%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도 내년 1월에 AI 기본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AI 산업 지원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지만, 사업자에 안전성 의무 등을 부과하는 등 규제에 관한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