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자금성 인근에서 웨딩 촬영중인 커플. [사진=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3/09/news-p.v1.20250307.dae3e9d646a54d089a3fac366cc1ba06_P1.jpg)
“오는 9월 30일까지 결혼해 가정을 안 꾸리는 직원들은 해고.”
최근 중국에 있는 한 회사가 미혼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내 공지를 전달한 사실이 확인 됐습니다.
이 회사는 △국가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은 불충(不忠)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불효(不孝) △스스로 이성과 교제 못하고 배우자를 못찾는 것은 불인(不仁) △동료들의 충고를 안듣고 걱정을 끼치는 것은 불의(不义) 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8세~58세의 모든 직원(이혼자도 포함)들을 대상으로 한다며 “올 1분기까지 결혼을 못하면 반성문 작성, 2분기에는 사내 심사 등 단계적 징계절차를 밟고 3분기까지도 못할 경우에는 회사를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지 내용은 SNS를 통해 중국 전역에 삽시간에 번지며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논란이 커지자 이 회사는 공지를 철회했습니다.

이 기업은 민간 기업이었으나 공지내용 등으로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란 점에서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한국과 다른 중국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론 현재 중국의 저출산 문제가 한국 이상으로 심각해 중국 지도부가 느끼는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혼인율 급락이 출산율 저하로 직결되면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혼인건수는 1년새 20%나 줄어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최근 OECD가 60년뒤 한국의 인구가 반토막나며 기형적 노인부양 구조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추세대로라면 75년뒤 중국 역시 인구가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진행중인 올해 양회에서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에 이어 부랴부랴 출산 지원 및 노인 돌봄 확대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베이징 미윈구 한 공원에 있는 세자녀 출산을 장려하는 조형물 모습.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3/09/news-p.v1.20250307.3f35239e47d747e19788d7d1a009edb4_P1.jpg)
사실 최근 중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이색적인 저출산 대응책은 이것 한 가지만은 아닙니다.
예컨대, 지난 몇년 사이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출산계획을 조사하기 위해 미출산 여성들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거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중국 동북 지방에 거주한다는 한 여성은 혼인 등록시 정부로부터 임신 비타민제를 제공받았습니다. 그런데 추후 이 비타민제를 복용했는지와 임신여부를 묻는 전화가 수차례 오더니, 출산후에는 직접 찾아와 아기 사진을 촬영해가기까지 했습니다.
또 베이징 미윈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전담팀을 꾸려 대상 연령대 부부들과 최소 몇차례 이상 접촉하도록 규정한 정책을 시행중인데, 여성들에게 마지막 생리 날짜를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홈페이지 등에 출산을 장려하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 또한 화제가 됐습니다.
게시물은 “임신과 출산은 어렵지만 아름다운 과정으로 여성은 출산의 긍정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별 문제 소지는 없어 보이지만 논란이 된 건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지능을 향상시키고, 종양 예방 및 생리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대목이 었습니다. 여성들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게시물은 결국 삭제됐습니다.
공무원들도 출산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직접적으로 압박을 받기도 합니다.
예컨대 중국 남부의 한 지자체는 최근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부부당 3자녀 출산에 솔선수범 나서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치 1980년대 산아 제한이 강제될 당시 중국 당국이 공산당원들에게 “먼저 모범을 보이라”며 다그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국에서 출산 압박은 미혼이나 미출산 여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안후이성 출신으로 이미 두 자녀가 있다는 한 여성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셋째 아이를 낳으라는 독촉전화와 문자메세지를 수도없이 받았다고 호소했습니다.
다만 이 여성은 “지금 생활도 빡빡해 죽겠는데 무슨 셋째냐. 낳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대학캠퍼스내 구비된 콘돔 자판기 [유튜브 캡처]](https://pimg.mk.co.kr/news/cms/202503/09/news-p.v1.20250307.dcde605a9b0a4140a012917069b74bee_P1.jpg)
중국에서도 출산시 일시금 지급, 전국단위 육아수당, 싱글맘 복지 개선책 등 비교적 온건한 출산 장려정책들도 나오고는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출산율 반등 기미가 전혀 없다보니 기상천외하거나 급진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형국 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홍콩 입법회 특별회의때는 두자녀 이상 낳기 전까진 아예 피임을 못하게 콘돔 구매를 규제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나온 제안들중 중국인들이 가장 솔깃해 하는 건 지난해 정협때 나온 둘째 아이부터는 대학 입시때 가산점을 주자는 아이디어 입니다.
당시 정협에서 런민대학 진찬룽 교수는 “둘째 20점, 셋째 50점, 넷째부터는 아예 무시험으로 명문대에 합격을 시켜주자”고 제언했는데 실제로 많은 중국인들이 호응했습니다.
한국을 능가할 정도로 뜨거운 중국의 교육열과 사교육비 탓에 출산과 연계한 대입가산점 부여는 확실히 출산율 반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예기치 못한 여러 부작용 우려 때문인지 이 제안은 아직 검토수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춘절 연휴기간 중국 상하이 기차역 앞에 서있는 중국 여성들. [로이터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503/09/news-p.v1.20250307.25eedcba6ec9494590d815981967044e_P1.jpg)
당국의 집요한 출산 유도에도 많은 중국 청년들, 특히 여성들은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현재 상하이에 거주중이라는 한 30대 여성 A씨는 매일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주 3회는 골프레슨을 받으며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을 다녀옵니다.
현재 생활상 경제적 어려움은 전혀 없다는 A씨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많은 책임이 수반되는데, 현재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다”는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A씨 포함 결혼과 출산을 ‘부당한 거래’로 간주하고 있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WSJ은 “(요즘 중국여성들은) 육아로 희생해야 하는 것들을 경계하고 국가나 가족의 기대보다 자신을 우선순위에 둔다. 이로 인해 중국 공산당은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의 태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중국 당국의 강압적 조치들이 청년들에게 전혀 어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근본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청년들은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에 짓눌린채 그들의 부모 세대와는 다른 삶의 선택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각종 대책들을 내놨음에도 혼인건수는 커녕 이혼건수만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이혼 커플수는 2만8000쌍(증가율 1.1%)늘면서 400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발급하는 이혼증. 중국은 결혼시 결혼증, 이혼시 이혼증이 나온다. [사진=바이두]](https://pimg.mk.co.kr/news/cms/202503/09/news-p.v1.20250309.2436800cc72a4c108f69821b2530f57f_P1.jpg)
이혼하는 이들이 하도 많다 보니 최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 이혼 과정을 남기는 기념촬영까지 유행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아무리 중국이 사생활 개입과 감시가 만연하고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한 전체주의 성향의 국가라지만 강압으로 청년들의 가치관과 결정을 바꿀 수는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왕펑 미국 UC어바인대 인구학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출산을 통제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사회도 변하고 있는데, 그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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