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가 미국 눈치를 보며 중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을 꺼리자, 그 물량이 SMIC에 넘어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조짐이 보이자 1위 기업 대만 TSMC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SMIC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중국 고객 매출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오하이쥔 SMI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브리핑에서 “올해 첫 2분기 주문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SMIC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능력도 최대치에 도달했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10% 추가 관세를 시행한 가운데 SMIC는 이런 제재 덕에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추가 조치가 나오기 전에 기업들이 주문을 서둘렀다.
앞서 TSMC는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사에 7나노 이하인 반도체의 생산 주문을 안 받는다고 발표했다. TSMC는 미 상무부가 정한 ‘화이트리스트’를 따라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6·14나노 이하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이러한 공정을 필요로 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TSMC 대신 SMIC를 찾은 것이다.
또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홀로서기’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 타격도 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MIC 매출 중 85%는 중국에서 냈다. 다음은 미국(12%), 유럽(3%) 순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중 중국 시장 비중은 90%에 달했다. 자오 CEO는 “업계가 빠른 속도로 공급망을 국내(중국)로 전환하면서 중국 고객 점유율이 확대됐다”며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SMIC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7% 증가한 80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SMIC 매출은 2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다. SMIC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이 중국 업계 평균보다 높은 6~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