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침체로 유가하락 불구
셰일 지배력 확대 견제 필요
울며 겨자먹기식 생산 확대
셰일 지배력 확대 견제 필요
울며 겨자먹기식 생산 확대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올 3분기 미국 석유사 엑손모빌의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사인 미국 셰브론 역시 1년 새 3분기 공급량을 7% 늘렸다.
미국 석유 기업의 확장 기조는 미 텍사스·뉴멕시코주에 걸쳐 있는 퍼미언 분지 덕분이다. 퍼미언 분지는 셰일오일 지대로, 기술 발전에 따른 사업성 개선에 힘입어 매년 생산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3분기 원유 생산량 중 퍼미언 분지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셰일오일은 원유를 머금은 퇴적암층에 모래, 물 등을 고압 분사해 채굴한다. 퇴적암층에 균열이 생겨 흩어졌던 원유가 모이면 뽑아내는 방식이다. 2010년대 초반 배럴당 생산비용이 80달러를 넘었지만 기술 개발로 현재는 40달러에 못 미친다.
미국산 석유 공급 확대가 계속되자 생산량을 줄여 가격 고수에 집중하던 주요 산유국도 전략 변경을 예고했다. 공급을 늘려 시장점유율 유지에 나선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다음달 자발적 감산 조치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OPEC+ 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오만, 이라크,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등 8개국은 자발적으로 매일 22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하루당 220만배럴은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일일 1억298만배럴)의 2.1%에 해당한다.
그동안 미국 석유 기업은 OPEC+ 감산 조치의 수혜를 받아왔다. 시장조사기관인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에 따르면 3분기 엑손모빌의 주당 이익은 1.92달러(약 2651원)로 시장 전망보다 2.1% 높았다. 셰브론 역시 3분기 주당 조정 순이익이 2.51달러(약 3465원)로 시장 평균 추정치를 3.7% 넘어섰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 등에도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반면 OPEC은 지난해 12월 앙골라가 감산 조치에 반발해 탈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미국과 OPEC+의 공급 경쟁으로 한동안 국제 유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73.56달러(약 10만1500원)로 나타났다. 2014년 셰일혁명이 본격화한 이후 과잉 공급이 한창이던 2016년 1월에는 26.86달러(약 3만7100원)로 현재의 36.5%에 불과했다. 2016년 11월 공멸을 우려한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원유 가격은 회복됐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OPEC+는 손해를 감수한 감산 조치에도 미국 석유 기업의 무임승차 행위로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제 생산량을 회복시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