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테러 배후로 우크라 고집
러-서방 갈등 고조될 위험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앞에서 전날 무차별 총격 테러 현장에 있었던 마르가리타 씨가 취재진에게 끔찍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pimg.mk.co.kr/news/cms/202403/25/rcv.YNA.20240324.PYH2024032401420001300_P1.jpg)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가 20년만에 최악의 테러를 당하면서 다른 유럽 국가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올림픽을 100일 남짓 앞둔 프랑스는 보안 태세를 즉시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이슬람국가(IS) 산하 단체는 현장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배후라고 고집하고 있어 서방 국가들과 갈등 또한 고조될 위기다.
24일(현지시간)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자신의 엑스(X)에 “프랑스는 자국 보안 태세를 최고 단계로 격상했다”며 “(모스크바)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이슬람국가(IS)의 주장과 프랑스를 괴롭혀 온 (IS의) 위협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모스크바 테러 발생 직후 소집한 긴급 안보 회의 결과 나온 대응 조처다.
![러시아 총격사건 [사진 = 유튜브 캡처]](https://pimg.mk.co.kr/news/cms/202403/25/news-p.v1.20240324.0cf9f79919704e8eba7c29fbe4de61d1_P1.png)
앞서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 지역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불을 지르면서 최소 137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IS 지부 가운데 하나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사건 발생 직후 범행의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24일 테러 당시 자신들이 찍은 현장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프랑스가 재빨리 보안 단계를 상향한 이유는 테러의 연쇄 작용을 우려해서다. 대규모 테러가 ‘성공’하면 해당 테러를 감행한 집단이 추가적인 공격을 기획할 수 있으며, 이에 영감을 받은 또다른 테러 단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테러를 저지를 위험도 커진다.
특히 프랑스는 오는 7월 26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파리 센강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열 예정이어서 부담이 더욱 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이번 파리 올림픽 기간에 프랑스에는 최대 300만의 관광객이 유입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자국군을 주둔시켜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응하려는 현지 정부를 돕고 있어 종종 IS 등 무장단체들에게 테러 위협을 받는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파리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총격 테러가 일어나 시민 120여 명이 사망했을 때에도 이번 모스크바 테러처럼 IS가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이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엔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개인들은 서방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ISIS-K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유럽에서 현재 진행 중이나 아직 완료되지 않은 작전 계획과 관련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테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이란에서의 테러와 모스크바 테러 성공은 ISIS-K에게 자신감이 된다. 프랑스나 벨기에, 영국 등 유럽 국가에 대한 테러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ISIS-K는 지난 1월 이란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 4주기 추모식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러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유럽은 러시아와의 갈등 고조 위협에도 직면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고집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장에서 붙잡힌 타지키스탄 국적의 남성들이 범행을 시인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테러에 대한 분노를 우크라이나로 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서방의 (테러) 개입 흔적을 찾기 위해 실제로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붙잡힌 테러리스트들이 강도 높은 고문을 받은 점을 들어 러시아 당국이 이들에게 ‘우크라이나와 연관돼 있다’는 거짓 자백을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혼란을 틈타 전과를 올렸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4일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을 미사일로 공격해 러시아 해군 상륙함 2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와 함께 함대 소속 통신 센터 등 다수의 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이번 미사일 공격에 대해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지만, 군함이 파괴됐다고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