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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통령 명령을 대법원이 막네”…법적공방 치열해진 불법이민자 체포법

강계만 기자
입력 : 
2024-03-20 21: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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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직권 체포·구금가능
본안 소송 판결까지 효력인정
백악관 “남부 국경 혼란초래”
멕시코 “추방자 받지 않겠다”

몇시간뒤 항소법원은 입장바꿔
이민법 재차 중단하고 구두변론
미 텍사스주 국경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 [AFP = 연합뉴스]
미 텍사스주 국경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들 [AFP = 연합뉴스]

텍사스주 이민법을 둘러싼 법적공방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연방 대법원 결정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가 당분간 직권으로 남부 국경에서 불법 입국자를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법원에 허를 찔린 셈이지만, 불과 몇 시간 뒤에 항소법원이 구두변론을 이유로 텍사스주 이민법 시행을 재차 중단시켰다. 미국 남부 국경 정책을 놓고 긴장과 혼돈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 우위성향인 미국 연방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연방 항소법원에서 심리 중인 텍사스주 이민법 SB4의 집행 정지 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성향 6명이 이번 결정에 찬성했고, 진보성향 3명은 반대했다. 텍사스주 이민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요청을 대법원에서 거부한 꼴이다. 다만 이번 대법원 명령은 이민법 합헌 여부에 대한 최종 판결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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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는 작년 12월 이민법을 제정해 불법입국을 주(州) 범죄로 규정하고, 출국명령을 거부해 재입국할 경우 최대 20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텍사스주 지방경찰관이 불법으로 미국에 넘어온 이민자를 체포·구금할 수 있고 텍사스주 판사가 국적과 무관하게 멕시코로 출국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민법은 당초 이달 5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텍사스 주법이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올해 1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바이든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법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지만, 2심을 맡은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본안 판결 전에 1심의 가처분 결정을 뒤집어 법 시행을 일단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에서도 항소법원 판결까지 텍사스주 이민법을 시행하도록 용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관례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에 한 명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항소법원이 이민법 재량권 효력 유지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대법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설명했다.

진보성향 대법원 3명 중에 커탄지 브라운 잭슨과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텍사스 이민법이 민감한 대외관계를 방해하고, 박해를 피해서 탈출하는 이민자 보호를 막으며, 적극적인 연방정부 집행 노력을 방해하고, 학대나 인신매매 신고를 저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텍사스주 이글패스에서 국경 철조망을 넘어온 이민자들 [AFP = 연합뉴스]
미 텍사스주 이글패스에서 국경 철조망을 넘어온 이민자들 [AFP = 연합뉴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텍사스 이민법과 관련해 대법원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남부 국경에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며 “공화당이 진정한 불법이민자 해결책을 막으면서 국경을 정치화하려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법원의 조치에 대해 “분명히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지방당국이 멕시코인이나 외국인을 멕시코 영토로 돌려보내는 어떠한 법도 엄격히 거부한다”면서 텍사스주에 의한 이민자 추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 결정 몇 시간 뒤에 제 5 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사 3명은 투표를 통해 찬성 2대 반대 1로 텍사스주 이민법 시행을 재차 보류했다. 이어 다음 날인 20일 이민법과 관련한 법적문제를 놓고 구두변론을 잡았다.

불법이민자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법적다툼도 가열되는 모양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나란히 텍사스주를 찾아가 연설하면서 국경문제에 대해 ‘네 탓 공방’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김과 공화당 강경파 반대로 인해 국경강화 예산 패키지가 의회에 계류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주민의 대거 유입을 “바이든의 침공”이라며 미국내 범죄와 연관지으면서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하이오주 유세현장에서 감옥이나 정신병원에 있던 이주민들이 남부 국경을 넘어 몰려들고 있다면서 “여러분은 어떤 경우 그들을 사람들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이주민들에게 “동물들”(animals)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은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에서 최우선 정책으로 불법 이주민 단속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국민을 사랑하기 때문에 국경장벽을 건설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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